헤어진 연인의 사진은 왜 남겨두었을까
애틋함, ZARD 노래
이번 글에서는 앞서 소개한 두 곡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노래를 다루고자 한다. 99년에 발매된 ZARD의 8집 수록곡 photograph (フォトグラフ) 이다. 싱글컷된 곡이 아니라서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노래가 너무 좋아 연재물의 주인공으로 선택해 보았다.
이 곡은 다른 곡에 비해서 노래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을 잡아내기가 퍽 어려웠다. 즐겁다고도, 슬프다고도 할 수 없는 묘한 기분. 분명 감동적인데, 가슴을 벅차게 하는 강렬함이 아닌 차분하고 안정적인 감정의 파고랄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 곡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애틋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픈 이별을 하고 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전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을 처분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없애버리는 것이 바로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아닐까.
그러나 노랫말 속의 화자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전 애인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말을 거는 듯하다. 창가에 놓아둔 화분 옆에 걸터앉아, 근처에 고이 놓아둔 액자를 지그시 바라본다. 사진 속의 그 사람은 넓게 펼쳐진 바닷가 모래밭에 발자국을 남긴 채로 활짝 웃고 있다.
아무 걱정 없어도 될 만큼 어리지는 않고, 이해 못하는 게 있을 만큼 순진하지도 않은 나이. 무엇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의지가 되어준 건 그 사람이었다.
강한 척해 봤자 사실은 연약하기만 했던 마음, 돌아갈 집도 돌아갈 길도 찾기 힘들었던 시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던 사람. 사진 속의 그는 그녀에게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간직했던 걸까. 그의 사진을. 지금은 곁에 없는 사람이지만, 화자가 그 사실 때문에 슬퍼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의 안녕을, 지나간 사랑의 행복을 바란다.
그래서 그녀는 여전히 웃으며 말할 수 있다.
‘네가 사랑스러워’, 라고.
<photograph>의 노랫말은 유독 대구를 이루는 구절이 많다.
사실은 무서워, 사실은 겁쟁이야
(혼토와 코와쿠테, 혼토와 요와무시)
돌아갈 집을 찾고 있어
(카에루이에오 사가시테루)
모두가 현실, 모두가 환상
(스베테가 겐지츠, 스베테가 마보로시)
돌아갈 길을 찾고 있어
(카에루미치오 사가시테루)
이렇게 절묘한 대구를 이루는 가사 덕에 노래의 감동은 더욱 배가 된다.
거기다 발라드이지만 마냥 잔잔하기만 하지 않은, 감정의 고조를 명확히 표현한 선율과 편곡이 좋다.
특히, 아래에 화살표로 표기한 것처럼 후렴구에서 점진적으로 상승하다가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음정의 변화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미↗에↗나↗쿠↗테↗모↗ 호↘라↘
또한 잔잔한 사운드로 이루어진 1절과 대조적으로, 2절이 시작함과 동시에 치고 들어오며 단숨에 리듬감과 무게감을 부여하는 드럼의 비트는 곡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유튜브에 음원이 없어 블로그를 링크해두었는데 그조차 삭제되었네요..ㅠㅠ 음원이 찾아지는대로 다시 올리겠습니다!)
(다시 올렸어요!^^)
소코니와 마다 니지가 아루노
거기엔 아직 무지개가 있어?
하나타치가 소다앗테유쿠노
꽃들이 자라고 있어?
We laughed them all..
키즈카나이호도 와카쿠나이시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어리지 않고
리카이 데키나이 호도 쥬은시은데모나이 테은시타치
이해 못할 정도로 순진하지도 않은 천사들
혼토와 코와쿠테 혼토와 요와무시
사실은 무서워, 사실은 겁쟁이야
카에루이에오 사가시테루
돌아갈 집을 찾고 있어
소바니 이루다케데 소레다케데 요카앗타
곁에 있는 것만으로, 그것만으로도 좋았어
포토그라프, 아시타가 미에나쿠테모
photograph, 내일이 보이지 않아도
호라, 키미가 유레테루
봐, 당신이 흔들리고 있어
마도베니 나라베카케타 하나노 카타와라니
창가에 나란히 놓여있는 꽃 옆에
히토리코 시카케타
혼자 걸터앉았어
There's no time at all..
오모이이레가 츠요스기루토 츠기니
너무 깊이 생각에 잠겨, 다음에
오코루코토가우소노요-
일어날 일이 거짓말처럼
모-난넹구라이탓타노다로-
금방 몇 년 정도 지나가 버리겠지
스베테가 겐지츠 스베테가 마보로시
모두가 현실, 모두가 환상
카에루 미치오 사가시테루
돌아갈 길을 찾고 있어
코토바와 이라나카앗타
아무 말도 필요 없었어
“아이시테루”노 사인다케데
"사랑해"라는 신호뿐
포토그라프, 스가니 아시아토츠케테
photograph, 모래에 발자국을 남기고
호라, 키미가 와라앗테루
봐, 당신이 웃고 있어
소바니 이루다케데 소레다케데 요카앗타
곁에 있는 것만으로, 그것만으로도 좋았어
히토미오 카가야카세 무츄우니나루쿠세
눈동자를 빛내며 열중하는 버릇
이마모 카와라즈니 이테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
호라, 키미가 이토시이
봐, 그대가 사랑스러워
(가사 출처 : 네이버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