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탐욕
- 구내식당에서 느낀 생각을 정리한...
인간의 탐욕 중 가장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된 탐욕 중 하나가 식탐이라 하겠다.
나의 식탐은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식탐을 조절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또한 타인의 식탐을 확인하는방법은?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직장 구내식당인 것 같다.
보통 4-5첩의 반찬이 나오는 구내식당에서 유난히 맛있는 반찬이 나올 때가 있다.
가령 수육이 나오는 날이면 다들 오늘의 메뉴에 대하여 수육만 언급하지 그 곁다리 반찬을 말하지 않는다.
수육이 나오고 자율배식이 가능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국그릇에 2-3인분의 고기를 담는 사람, 다른 반찬은 배제한 체 고기와 쌈장으로만 가득한 식판의 모습은 실제 보기 어려운 장면이 아니다. 아주머니의 배식을 거친 식판과 달리 자율 배식에 의한 급식으로 고기는 순식간에 동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김치와 나물 등 곁다리 반찬은 남아 돌것이다.
식사도 삶의 한 부분이라 한다면 밸런스가 깨진 삶을 상징하고 표현하는 것 같다.
우리는 투자를 하면서 탐욕을 조심해야 한다고 배웠다. 투자금, 부채 상환능력 등을 고려하여 절제하고 복기하고 반성하며 실력을 갈고닦으려 한다. 하지만 탐욕 조절 능력이란 어디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것도 아니다. 당장 내가 식사하는 식판만 보더라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배고픈 시기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자율에 맡긴다.
대부분 사람의 식판엔 맛있는 반찬과 다른 반찬의 비율이 9:1, 밥과 국. 반찬 양의 심각한 언밸런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의 탐욕 조절 능력에 대한 판단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맛있는 반찬이 나오든 말든, 자율배식이든 아니든 식판 용량에 맞게 가지런히 놓인, 오늘의 메뉴를 보여주기 위해 비치된 쇼윈도 식판처럼 정갈하게 덜어 식사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이유나 사정이 어떻든 그런 사람을 보면 최소한 본능을 주체 못 해 내 탐욕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다. 통제하고 스스로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문득 내 식판을 바라본다. 그리고 타인의 식판을 바라본다.
나를 드러내는 거울은 여러 가지가 있다지만 식당에서도 이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김승호 회장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두 가지가 ‘걷기’와 ‘정갈한 식사’라고 했는데 그 말이 문득 떠오른다.
정갈한 식사는 흥분하지 않고 오버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욕구를 조절하는 행동의 표현이라 하겠다.
정갈한 식사는 단순히 흔한 일상이 아니라 의식적인 노력을 요하는 능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