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지도 못한 작은 배려의 위력
대출설정 문제로 타지에 잠시 들를 일이 있었다.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는 경우 근처 시립도서관을 검색해서 잠시 들르곤 한다.
조그마한 시립도서관이 근처에 하나 있어 찾아갔더니 도서관 근처에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그나마 공영주차장이 하나 있었는데 어설프게 골목길에 주차해서 호출될 일이 생길 바엔 차라리 공간 많은 유료 주차장에 맘 편히 주차하는 게 나아 보였다.
자연스레 주차요금이 적힌 전시판을 슬쩍 보게 되었는데 그냥 커피 한잔 값으로 잠시나마 편하게 책을 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
1시간 정도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자 자리를 떴다. 당연히 주차요금을 지불하려고 카드를 준비하려는데 주차요원 아주머니께서 웃으면서 그냥 가라고 손짓하는 것이었다. 오잉?? 뭐 그냥 가라고 하시는 마당에 굳이 꼭 지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인사와 함께 얼떨결에 출구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당연히 지불해야 할 금액이라고 생각한 것에 대해 갑자기 배려받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고, 좋은 기분을 유지한 채 본래 업무도 큰 스트레스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 사건 이후로는 그냥 기분이 편안하고 좋았다.
유료주차장에서 무료로 보내준 주차요원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에 배려받게 될 경우, 소소한 감동이나 행복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 앞사람이 문을 열고 당연히 건물 안을 그냥 들어가거니 했는데, 뒷사람을 위해 문고리를 잡아주었을 때의 그 배려, 그래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뭐 그런 거..
주차요원 아주머니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했던 행동이든, 적어도 나에겐 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그 좋은 기분으로 인해 남은 하루도 잘 마무리하게 해 준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나도 상대방에게 당연한 일에 대하여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두 가지 경우라고 한다.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음을 본인이 느낄 때,
다른 하나는 타인이 나로 인해 성장하거나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내가 느낄 때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에서 예상치 못하게 배려받는 말과 행동은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꼭 용쓰고 티를 내려하지 않아도, 은은하게 퍼지는 몸에 배어 있는 향수 같다. 그래서 받아들이는 사람도 편안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것 같다.
약간 가을을 타려나 보다ㅎ
- 23년 9월 안산의 한 시립도서관 근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