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책이 가르쳐준 여유

나는 거북이

by jooni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나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경제적 안정과 심리적 평온, 그 모든 것을 독서로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책은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었고, 나는 그 길을 열심히 달렸다. 자기계발서는 성공의 비밀을 알려줄 것 같았고, 경제 서적은 부를 가져다줄 것 같았다. 심리학 책은 마음의 평화를 약속하는 듯했다. 나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나는 독서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책에서 밑줄을 그으며 '이것이 답이구나' 싶은 문장을 찾아 헤맸다. 때로는 한 권을 다 읽지도 않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더 좋은 답이, 더 빠른 해법이 다른 책에 있을 것 같았다. 독서는 점점 조급함이 되어갔고, 책은 쌓여만 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책을 많이 읽었지만, 경제적으로 더 안정되지도 않았고, 심리적으로 더 평온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 깨달았다. 책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너는 정말 이것을 원하는가?'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다른 방식은 없을까?‘


이제는 안다. 독서는 성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독서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편협한 생각을 넓히고 얕은 앎에 깊이를 더하는 것임을. 그것은 행동을 위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책은 내게 정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생각할 거리를, 성찰할 시간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선물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찾던 것은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나 자신 안에 있었다는 것을. 책은 거울이었다. 저자의 경험과 통찰을 읽으며 나는 나의 경험을 돌아보았고, 내 생각을 점검했으며, 나의 행동을 반성했다. 독서는 결국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독서는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경주가 아니다. 오히려 나의 세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배움이자 성장의 기회이며, 도전과 행동을 위한 용기이자 소중한 경험이다. 한 권의 책이 내 삶을 극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러 권의 책이 쌓이고 쌓여 내 생각의 토대가 되고, 판단의 기준이 되며, 행동의 용기가 된다.


독서는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알게 한다. 동시에 그럴 수도 있다는 여유를 준다. 한때 나는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다른 시대, 다른 문화, 다른 관점에서 쓰인 책들을 읽으며 깨달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진실이 있고, 나의 진실은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이 깨달음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자유롭게 했다. 틀려도 괜찮다는 것, 다시 배우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독서는 내가 주인이자 선택권을 지닌 존재임을 일깨운다.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떤 문장에 머물지, 어떤 생각을 받아들이고 어떤 생각을 내려놓을지, 모든 것이 나의 선택이다. 누군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모든 조언을 따를 필요도 없다. 나는 내 삶의 저자이고, 독서는 그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독서는 나의 자세와 태도를 바로 세우는 디딤돌이다. 조급했던 나에게 느림의 가치를 알려주었고, 확신에 차 있던 나에게 의심의 필요성을 가르쳐주었으며, 외로웠던 나에게 수많은 저자들과의 대화를 선물했다. 이제 나는 책을 펼칠 때마다 묻는다.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을 듣기 위해 나는 오늘도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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