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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Aug 06. 2023

매주 금요일 가족회의를 합니다

8살, 6살 아들과 함께하는 진지하고 귀여운 가족회의

‘어! 우리 가족회의 때 약속했는데, 기억나지?’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일제히 행동을 멈춘다.


가족회의를 한 지 3개월, 아이들이 먼저 가족회의를 하자고 말한다. 가족회의를 하자고 말한다는 것은 뭔가 불만이 있거나, 의견을 내고 싶은 것이다. 아직 6살밖에 안 된 둘째가 ‘엄마 가족회의 언제 해?’라고 말하는 게 어찌나 우스운지.


‘왜 하고 싶은 말 있어?’하고 물으면 ‘응. 형아가 자꾸 때리고 가서 싫어’라고 말한다. 상대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엄마 아빠가 중재를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가족회의에서 담판을 짓기 때문이다.




가족회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이들을 좀 더 존중해 주기 위해서였다. 자라면서 부모의 지시에 따라야만 했던 아이들의 불편하고 억울한 마음을 더 늦기 전에 들어주고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아이들이 다투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공평하게 사랑을 주고, 갈등을 현명하게 중재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소중한 하루를 '훈육을 가장한 잔소리'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상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배우길 바랐다. 나와 남편 또한 상대의 생각과 의견을 차분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연습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된 첫 가족회의. 아이들이 잘 참여해 줄지 의문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가족회의를 하는 날에는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먹는다.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날이니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수용하는 것이 수월하다.


우리 집 가족회의는 지난 한 주에 대한 피드백으로 시작한다. 지난 한 주 동안 가족회의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잘 지켜졌는지, 즐거웠던 일은 무엇인지, 속상했던 일이 있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잘한 것에 대해서는 서로 칭찬하고 아쉬웠던 것은 격려하며 한 주 더 노력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순서를 정하여 의견을 말하는 시간을 가진다.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가족회의록을 작성한다. 글은 대단한 힘이 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되지 않았던 것들이 글로 쓰면 이루어진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이루고 싶은 것을 글로 쓰세요’라고  써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이들도 알고 있다.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을.  


내가 가족 회의록을 작성하면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에 상당한 만족을 느낀다.


아래는 ‘첫 가족회의’의 내용을 적은 것이다.


1. 첫째 - 1주일 동안 신났어요. 그런데 공부할 때 시간을 엄마 마음대로 해서 싫어요.
문제 해결 방안 - 하루에 30분만 공부하기 (15분 공부, 5분 휴식, 15분 공부) / 공부하는 시간 동안 집중하지 않을 시 공부 시간 10분 늘리기


2. 둘째 - 형이 계단 내려갈 때 잡아서 싫어요. 무서워요. 형이 속상한 말을 했어요. 예쁘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문제해결 방안 - 계단 내려갈 때 차례 지키기, 뛰거나 점프하지 않기. 서로에게 나쁜 말 쓰지 않기 / 지켜지지 않을 시 하루 동안 게임 하지 않기


3. 엄마 - 엄마 아빠가 첫째와 둘째의 뜻 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엄마 아빠를 때리거나 소리를 질러서 너무 속상했다.
문제해결 방안 - 엄마 아빠께 예의 지키기. 화가 나도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나쁜 말 하지 않기. 화가 나면 벽에 있는 화남이 버튼을 누르기. 누군가 화남이 버튼을 누르면 왜 화가 났는지 이야기 들어주기. /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시 안방에서 10분 동안 생각하기.


4. 아빠 - 목욕할 때 서로 하지 않으려고 도망가서 너무 힘들다.
문제해결 방안 - 앞으로는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순서 바꾸기. 오늘 형이 먼저 목욕했으면 내일은 동생이 하기. /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시 일주일 동안 먼저 목욕하기.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간단하게 몇 줄 적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보았다. 가족회의를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미 하고 있는 가족들도 있겠지만 하지 않고 있는 가족들이 더 많을 것이다. 가족회의를 하며 느낀 것인데, 가족회의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하면 좋은 점들이 정말 많다.


더 많은 가족들이 가족회의를 하면서 관계가 돈독해지기를 바라며 ‘1주일 한 번, 가족회의의 장점’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반영이 되는 경험을 함으로써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문제 상황에 대해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약속을 정하기 때문에 이를 지키는 것에 거부감이 덜 하다. 자연스럽게 1주일에 하나씩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셋째. 가족회의를 통해 아이들이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부드럽게 전달하고,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넷째.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서 이야기하는 연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섯째. 지속적으로 가족회의를 하면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어도 부모와 소통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회의를 하면서 훈육이 좀 더 편해졌다.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좀 더 편하게 인정한다. 그때그때 말로 훈육하는 것과 가족회의를 하며 한 주를 돌아보고 정한 약속들을 써 붙여 놓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아이들이 다투거나 잘 못 한 직후 감정적인 상태에서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뿐더러, 훈육을 해도 그때뿐이다. 부모의 감정 또한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다. 그리고 이제 좀 컸다고 잘못을 지적받으면 어찌나 변명을 하고 억울해하는지. 아이들은 온 힘을 다해 엄마 아빠의 말을 튕겨낸다.


그러나 가족회의를 통해 약속을 정하면 부모가 훈육하는 것을 자신의 존재가 미워서 그러는게 아니라 가족회의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신의 행동 때문이라는 걸 안다. (아이들은 훈육의 횟수가 많아 질수록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자신이 잘못한 것을 다 알고 있지만 그 상황에서 바로 지적을 받으면 순간 민망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어른들도 그렇지 않은가. 직장에서 회의 중에 '앞으로 오늘 이야기한 것 들을 잘 지킵시다’라고 하는 것과 상사가 그 자리에서 바로 잘못을 나무라는 것은 크게 다르다.


물론 훈육은 바로바로 이루어져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큰 잘못이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는 가볍게 이야기하고, 메모해 두자. 그리고 가족회의 때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내 보자.


그래서 나는 잘못한 사실을 바로 꼬집지 않고 ‘우리 가족회의 때 했던 약속 기억나니? 어떻게 하기로 했지?”라고 말한다. 지난주에 이야기하지 않았던 사항이라면 ‘이렇게 하는 것은 좋지 않아. 이번 주 가족회의 때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어 봐야겠다. 그때까지 잘 생각해 보자’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도 감정이 상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시간을 가진다.





엄마보다 키가 훌쩍 자라고, 학교에서 돌아와 바로 방문을 닫고 들어가도 가족회의 시간에는 속 터 놓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되길.


일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단 하루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기고 공감하는 부모가 되길.


집에서 존중받았던 경험으로 어디에서나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길.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로가 되길.


아이들이 어리더라도 시작해 보자.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문장을 완성할 수 있는 나이라면 충분하다.


매주 금요일은 가족회의 하는 날. 날짜가 밀리기도 하고 다음 주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가족회의는 쭉 이어질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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