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동물이 있는 책
이번 달에는 모두모두 출석! 벌써 5번째 모임이다. 지난 주에 몸이 좀 아팠던터라 모임에 가야하나 긴가민가 했으나 코로나도 독감도 아니었기 때문에 3호선에 몸을 실었다.
독서모임을 하면 할수록 10년 넘게 알았던 친구들이지만 새로운 취향과 생각을 알 수가 있다. 사회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아리, 과학책을 많이 사고 또 읽는 챔챔, 문학을 즐겨읽는 사루, 2번 참여했을 때 에세이를 골랐던 지니.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읽으려고 노력하는 나!
다음 독서모임 브런치 글에는 각자 관심있는 분야, 좋아하는 작가 등 조금씩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
표지에 동물이 있는 책
지난 달에 참여하지 못한 아리가 선택한 책에도 우연히 동물이 있었다! 이번 달에 두 권의 책을 소개하게 된 아리가 먼저 스타트!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마이클 셸렌버거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기후변화를 다룬 책이다. 마이클 셸렌버거는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있는 통념이 사실은 잘못된 것이 많다고 주장한다. 극단적인 기후변화를 강조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한다. 이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요즘 서구권의 고학력자들에게는 마치 신흥종교처럼 이상한 신념을 갖게 한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종이 빨대가 종이봉투가 오히려 환경에 더 해를 끼친다면?
이 책은 새로운 관점으로 기후변화를 바라보게 한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때 지구가 종말할 것이라는 종말론적 환경주의보다 휴머니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하는 나라들과 연대해야한다고 말이다.
아리가 이 책을 지난 달에 읽었고 개구리 그림이 있어서 선택한 이번 달의 책이 비슷한 주제로 연결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리가 사회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이런 책을 사서 보니까 이렇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랩 걸>의 저자 호프 자런이 쓴 지구 변화 이야기이다. 호프 자런은 어린 시절을 미네소타에서 보냈고 그 후 캘리포니아, 하와이를 거쳐 지금은 노르웨이에 거주 중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거주해본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호프 자런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서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보다 이를 제대로 분배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쁜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 중의 몇 %를 사람이 사용하는지 알고 있는가?
우리 4명은 다 틀렸다.
고작 10%만이 식량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 그 많은 옥수수는 어디로 가냐고? 소의 사료와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쓰인다! 실제로 바이오 에너지는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으며 소고기 1 kg을 얻기 위해 옥수수 5 kg이 필요하다.
호프 자런은 다양한 예시를 들면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자원생산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연어는 거의 양식하는데 연어 1 kg을 위해 15 kg의 치어가 필요하다. 한동안 인기를 끌던 아보카도가 생각났다. 아보카도 역시 재배할 때 물이 너무 많이 필요해서 사람들이 마실 물까지 앗아간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자원 생산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과 피해를 보는 사람이 같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 세심하게 환경 문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신경쓰다보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이렇게 산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나 역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나하나 따지는 것이 너무 피곤했다.
그러나 내가 불가능하다고 믿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노력하자는 호프 자런의 메세지가 인상적이었다. 아리가 말한 것처럼 호프 자런은 낙관적이면서 또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성비가 너무나 좋지 않은 비행기! 이렇게 명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 부분이 아리의 마음에 들었다.
과학 용어 도감
미즈타니 준
표지에 있는 귀여운 양이 포인트! 늘 문학에 관한 책을 읽었던 사루의 선택이라 흥미로웠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한 장으로 모든 설명이 끝난다는 것. 입문자용으로 내용도 쉬운데다가 길지 않고 그림이 많아 읽으면서도 재미있었다고 한다.
사루는 <과학 용어 도감>을 집집마다 한 권씩 놔도 될 것 같다고 했을 정도. 읽으면서 관심이 생기니까 관련 이슈까지 찾아보게 된다. 상식이 넓어지는 느낌이고 실제로 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인터넷 뉴스에 나왔는데 그걸 알아보는게 신기했다고 했다.
요즈음에 이슈가 되는 방사선과 방사능, 그리고 아리가 말했던 바이오 에너지부분까지 들어있는 책이다. 사루의 설명을 들으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가 명언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런 도감류는 일본이 잘 만드는 것 같다는 아리의 의견은 덤.
과학 용어 설명에 그치지 않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알려줘서 재미있었다. 이런 책은 왠지 한 번에 후루룩 읽기 보다는 분량을 정해놓고 두고두고 읽기에 적합해 보인다.
과학드림의
이상하게 빠져드는 과학책
과학드림(김정훈)
챔챔이 읽은 책이다. <과학드림의 이상하게 빠져드는 과학책>은 챔챔이 즐겨가는 블로거가 아들이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대답해주려고 읽는 책이라는 말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과학드림은 유튜버인데 과학교육과를 나와 과학소년의 기자로 10년 가까이 근무했던 사람이다. 신뢰감 상승~~
심심할 때 읽기 좋았고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에 대한 설명이 있는 책이다. 챔챔은 공룡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편이라 아이들이 왜 공룡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했다.
나도 공룡에 별 관심이 없다가 자료 조사 할 일이 있어 찾아보다가 아주 조금 흥미가 생겼다. 지구에 공룡이 살았었고 또 멸종했다는 이야기가 너무 판타지스러워서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게 아닐까? (반대로 챔챔은 그렇기 때문에 흥미가 없다고 했다 ㅎㅎ)
공룡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현존하지 않는 것을 연구하고 결론을 내리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화석으로 증명이 되면 가설이 정설이 된다고!
근데 너네 둘 다 과학책 읽은 게 더 신기해. 나는 지극히 인문성향을 띈 사람이라 나야말로 과학 분야 책을 좀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챔챔은 이번에 읽을 책을 고르면서 집에 너무 과학 관련 책들만 있어서 다른 분야의 책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달, 너의 선택이 궁금해~~
인상적인 부분으로 꼽은 거북이 등껍질이야기. 보니까 아이들이 진짜 좋아할 거 같긴 하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난 달 몽골 여행으로 독서모임을 빠진 지니. 여행뽕이 아직 안 빠졌다고 했다. 너무 웃기넴ㅋㅋㅋ 하루키의 에세이는 읽지만 소설은 별로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했는데 옆에서 사루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겁지 않은 그러나 생각할 거리가 있는 책이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본인이 다녔던 여행 장소들에 대해 쓴 에세이다.
아이슬란드의 풍경과 날씨 묘사가 인상적이다. 글로 보면서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아이슬란드는 날씨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날씨가 마음에 안들면 15분을 기다려라는 격언이 있다고 한다. 이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장점은 있구나.
무라카미 하루키는 성공한 작가이고 전 세계에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가 있다고 한다. 1980년대부터 성공한 작가로 세계 여행도 많이 다녔고 그런 여유있는 삶이 부러웠다는 지니. 버블 경제 시대를 타고나서 지금까지 책을 출간하는 하루키를 우리 모두 부러워하면서도 나는 그 또한 그 사람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키는 그리스에 잠깐 살았었는데 2-30년 뒤에 그 곳을 가보며 이를 순례라고 표현했다. 지니도 유럽에서 잠깐 살았었지만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사루는 10년이 지나서 자신이 살았던 나라에 가보니 좋았다고 해주었다.
집 근처에 물이 있는 공원이 있는게 너무나 만족스러운 나는 이 문장에 퐁당 빠졌다.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나라는 존재로 좋은 싫든 살아가는 것을 깨닫는 하루키의 모습도 이를 표현한 문장도 멋있구나. 지니 역시 바다가 있는 곳에 여행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문장에 공감했다.
풍족한 물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행위에 들어맞는 곳으로 한강과 서울이 떠올랐다. 서울은 한강, 한강 공원이 있기에 더 특별한 도시가 되었다.
사루도 지니도 하루키는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재미있다고 했다. 말 재주가 있다는 사루의 표현이 재미있었다. 에세이가 매력적이려면 사람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 내가 쓴 에세이는 다른 사람들한테 어떤 느낌이려나.
모순
양귀자
표지에 앉은 두 마리 새로 동물이 들어간 표지 인증 성공. 작년부터 여러 미디어에서 보였던 책이라 읽고 싶었다. 표지의 동물을 발견하고 정말 기뻤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소개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
<모순>은 1998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에 옛날 감성이 묻어있다. 오그라든다, 너무 옛날 이야기 아니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는 충분히 감안하고 볼 수 있다 주의라 상관없었다.
<원미동 사람들>에서도 느꼈지만 양귀자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내고 거기에 캐릭터를 부여하는데 정말 탁월하다.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 안진잔과 안진진의 동생. 이모부와 안진진의 아빠. 모두 개성있고 흥미로운 인물들이다.
가난한데다가 가정폭력까지 일삼는 집에서 나와 이모네 집으로 가면 엄마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고생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얼굴로 진진을 맞이한다. 사춘기 시절에 진진은 얼마나 삶의 모순을 느꼈을까. 자라면서 모든 것이 똑같았던 두 자매는 결혼 후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게다가 가슴을 툭툭 건드리는 문장들이 있어서 한국소설을 읽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영미문학을 더 좋아하는 나지만 모국어의 묘사를 이길 순 없나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다양한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또 양감이 있는 삶을 살았던 것도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한다고 결심하는 진진의 모습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느끼는 순간은 정말 문득 찾아온다. 요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스물 다섯 안진진의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결말이 펼쳐지고 안진진은 자신에게 구애하는 두 남자 중 한 사람을 선택한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너무나도 많았던 <모순>이라 나중에 다시 읽어보려 한다. 사는 것은 늘 모순과 마주하게 되는 일.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을 정리하는 게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든다. 친구들이 소개해준 책의 내용을 독서모임 하면서 다 메모하고 잘 기억이 안나는 건 인터넷 서점의 도움도 받는다. 밀리지 않고 매 달 기록하는 것이 올해 나의 또 다른 목표다.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이 더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되지만 유튜브를 찍을 건 아니라서 우선 내년 2월까지는 브런치에 남기기로 결정했다. 25칸 짜리 독서 빙고에도 어느 덧 5칸이 채워졌다.
시간 여유가 좀 생겼으니
나도 여러 책을 바짝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