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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씩씩 Aug 10. 2024

정신을 바짝 차리자!

2024년 8월 8일 목요일 날씨 맑은 뒤 비

  이케아에서 주문 한 접이식 의자와 스툴이 도착했다. 이로써 지금 당장 필요한 가구는 모두 채워졌는데, 10월에 한국에서 짐을 가져오면 수납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더 필요한 게 생길 것 같다.


  덩치 큰 이케아 가구는 기사님께서 직접 가져다주셨는데, 의자는 택배로 왔다. 택배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고 아파트 입구로 나가서 물건을 받아왔는데, 만약 집에 사람이 없음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이곳에서 택배를 몇 번 주문해 보았는데 작은 택배들은 아파트 입구에 있는 마트와 약국에 두고 간다고 문자가 온다. 마트에서 물건은 안 사고 택배만 찾으러 간다는 게 어쩐지 좀 송구스러워, 최대한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실례합니다 택배 찾으러 왔어요’를 중국어로 외우고 갔는데, 사장님께서는 아무렇지 않게 택배 선반을 가리키셨다. 택배 선반에 가서 우리 집 택배를 찾아들고 나오며 안녕히 계세요 인사하면 끝.


  아침에 인스타에서 정저우 위치 태그를 보는데 마음이 동하는 카페들이 몇 있어 아이들 등교하면 혼자 놀러 가려고 지도에 찍어 보니 우리 집이랑 거리가 멀어 도무지 갈 엄두가 안 났다. 정저우도 너무 넓어서 이곳에 머무는 동안 정저우도 제대로 다 구경하지 못하겠단 생각을 해놓고, 점심에는 또 ‘뮤즈’에 갔다.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깨끗하고 조용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식당과 카페가 있는 곳. 대체할 다른 쇼핑몰을 찾기 전까지는 계속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중국어를 배울 때 선생님께서 교재에 ’메뉴판 주세요‘ 위에 엑스를 그리시며, 요즘 중국은 다 큐알로 주문해서 메뉴판이 필요 없다고 하셨는데 어쩐 일인지 나는 메뉴판 달라는 말이 머리에 콕 박혀서 중국에 와서 아주 유용하게 잘 써먹었다. 어플로 음식을 주문하려면 주문용 핸드폰과 번역용 핸드폰 두 개를 들고 씨름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노안까지 와서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여 안경을 벗고 봐야 잘 보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속이 터져 ‘메뉴판 주세요’하면, 대부분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그동안 위챗에서 큐알 스캔을 해왔는데, 남편이 알리페이에서 스캔을 해도 메뉴를 볼 수 있고 심지어 알리는 번역도 된다는 걸 발견했다.


  와, 이제 메뉴판 필요 없네? 기쁨도 잠시… 저녁으로 먹을 샐러드볼을 포장하러 갔는데 여긴 알리에서는 스캔이 안 되고 위챗에서만 가능해서 또다시 버버버벅. 잘 안 돼서 직원한테 직접 주문하려고 했더니 어플로 하라고 해서 다시 또 버버버벅. 아우 진짜 어렵다 어려워, 노안까지 와서 두 배는 더 어렵다!


  점심 먹고 집에 와서 뒹굴 거리고 있다가 포장해 온 저녁을 먹기 위해 주방 정리를 했다. 그간 문 꼭 닫아두었던 주방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쓸고 닦고, 어제 택배로 받은 식기들을 씻어서 준비해 놓고 한숨 돌리려고 앉아 핸드폰을 보았더니, 이런 맙소사! 재이의 화상 영어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었네! 한국이랑 시차가 1시간 밖에 안 나서 시차를 느끼지 못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1시간의 시차가 온몸으로 확 느껴졌다. 집에 있으면서도 수업을 놓치다니, 아우 아깝다 아까워어어어어어. 오늘도 또 한 번 다짐해 본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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