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좋아하는 거라도….” - “그러고 보니 난 딱히 좋아하는 것도, 취미도 없는 것 같네.”
“…”
“하하하, 우리 나이 다 그렇게 사는 거지. 그래도 취미 하나 만들어봐.”
어색한 분위기를 깨 보려고 건넨 동료의 질문에 취미가 없다는 나의 대답이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나의 침묵에 변명(?)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때마침 주문한 음식이 나와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내가 재미없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보여진 건 아니겠지'
취미가 없다는 대답이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 대답같아 식사를 하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사실 나는 딱히 좋아하는 것도, 남들보다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없다.
학창 시절 그 흔한 덕질을 해 본 기억도 없고, 무언가에 무조건적으로 열광한 기억도 없다. 그렇다고 내 삶이 팍팍했다거나, 열정이 없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남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그럴듯해 보이는 공식적인 취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에 들어와 ‘취미’라고 검색했더니 구글이 시도하기 좋은 취미를 100가지나 알려 주었다. 골프, 볼링, 당구, 클리이밍, 자전거, 인테리어, 뜨개질, 원예, 재테크, 그리고 미술품 감상까지…. 무궁무진한 취미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이건 별로! 저건 패스! 를 외쳤다. 취미 하나쯤 쉽게 고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취미 하나 고르지 못하고 기웃기웃 거리는 내가 우습다. 이런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나의 인*그램 댓글에 마음에 드는 짧은 글이 하나 달렸다.
‘그루야! 멋진 글이다. 너 글 써봐.’
그 짧은 댓글 하나로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글쓰기 가장 쉽고, 좋은 테마는 엄마다.
뒤늦게 중학생 된 엄마의 이야기로 글을 쓰면서 나의 시선으로 엄마의 젊은 날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엄마의 시선으로 나를 보기도 한다. 그렇게 젊은 엄마를 이해하고, 어린 나를 안아주며 위로를 받는다.
글을 쓰면서 난 엄마를 더 섬세하게 보려고 노력했다. 지난 엄마의 인생을 구석구석을 들춰 보고, 엄마를 웃게 하는 건 무엇인지도 관찰하고 있다. 나에게 글쓰기는 엄마에 대한 사랑, 그리고 고마움의 표현이다. 짧은 글을 썼다 지웠다 하면서 나의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소소에 모임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난 그럴듯한 취미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