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센류 모음집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을 읽고
서지정보
지은이 : 전국유로실버타운협회
출판사 : 포레스트북스
출간 연도 : 2024년 1월 17일
페이지 : 총 123면
가 격 : 13,300원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니…
제목부터 기가 막히지 않아?
이 책은 일본에서 열린 실버 센류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모아 엮은 시집이야. 센류는 일본의 짧은 시를 말하는데 풍자나 익살을 담은 게 특징이래. 한 페이지에 몇 자 되지 않는 짧은 글이라, 30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데 재미도 있지만 깊이도 있어.
첫 장을 넘기자마자 바로 웃음이 터졌어.
p9.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까먹네
- 야마모토 류소, 남성, 지바현, 일흔세 살, 무직 -
뭐 우리 나이쯤만 돼도 종종 "내가 뭘 하려고 했지?",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하는 순간들 많잖아? 나만 그래? 가까이는 내 엄마의 이야기고, 곧 내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코 끝이 시큰해지기도 했어.
p11.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가 들은 병명
노환입니다
최근에 친정 엄마랑 병원에 다녀왔거든.
오랜 시간 대기하다가 만난 의사 선생님 말-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져요. 그래서 그래요."
"어쩐지…. 몸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담담한 엄마의 대답과 책에 쓰인 노환이라는 글자가 오버랩되면서 마음 한 켠이 쓰리더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기사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젠 대한민국도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대.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하는데… 이젠 5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얘기야. 아이고!
며칠 전 정년퇴직을 앞둔 ㄱㄹ 선배와 밥을 먹는데 그러더라구.
"퇴직을 할 때가 되니까 모든 게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아. 지금이야 여기 있으니까 찾아오지 나중에 누가 날 찾아줄까 싶은 생각도 들고. 괜히 서운하기도 하고… 정말 금방이야."
젊었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나이 들었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나이 60살. 오랜 세월 가까이 지내던 선배의 말이라 그랬을까? '금방이야' 이 말이 왜 이렇게 묵직하게 와닿던지. 그렇다고 난 늙는 게 마냥 두렵거나 우울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우리 엄마를 보면 그래. 이제 놀기만 해도 뭐라 할 사람 하나 없는 나이인데, 엄만 돋보기를 쓰고 매일 영어 단어를 외워. 배움에 나이가 없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엄마를 볼 때마다 난 생각해.
그래, 이런 게 바로 품위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우리 어차피 늙을 거잖아?
주름은 하나둘씩 더 생길 거고, 아픈데도 늘어날 거고, 무력감도 서운함도 밀려오는 날 생기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늙어야하지 않겠어? 우리도 슬슬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 번외... 센류 흉내 내본 글(ㄱㄹ 선배를 생각하며...)
관둬야지
관둬야지 했는데
직장생활 35년째
직장생활
이제 익숙하다 했더니
다음 달 정년퇴직
잘 나갈땐
밥사달라, 술사달라 찾아오던
그 사람들 지금 어디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