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는 딸을 대신해 갓난아이 때부터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운 아이가 어제 중학교를 졸업했다.
"엄마, ㅌㅎ이 졸업식 올 거지?"
"당연히 가야지."
엄마는 아침 일찍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만지고화장을곱게(?)하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많은 사람들을 뚫고 아이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가서 아이와 눈 한번 맞추려고 애쓰지만 사춘기남자아이가 반응해 줄 리 없다.
'요 녀석, 눈 한번 맞춰주고 손 한번 흔들어주면 어디 덧나나.'
ㅌㅎ이와 엄마 사이는 각별했다.
초등학교 시절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할머니'를 적어내고집 앞 공원에서 만난 담임선생님에게 '내가 말한 우리 할머니'라며 소개해주어 엄마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엄마의 남동생이 돌아가셨을 때도 할머니에겐 내가 있지 않냐며 딸보다 더 살갑게엄마를챙기고, 어른이 되면 할머니에게는 큰 집을 사주겠노라 약속도 했었다.
사춘기가 되면서 퉁명스러워졌지만, 그래도 할머니에게만큼은좀 다르다.엄마도ㅌㅎ이가하고 싶다거나 먹고 싶다는 게 있으면다 들어주려 애쓴다.
"할머니~"
다행히도 아이가 졸업식을 마치고 나오면서 제일 먼저 내 엄마를 찾았다.엄마는 그런 아이가 대견해 죽겠다는표정으로 아이의 등을 두들이고, 얼굴을 몇 번이나 쓰다듬으며 흐뭇해했다.친구들의 시선이 신경 쓰일 법도 하지만 우리 할머니니까 그러려니 받아주는 아이가 고맙다.
어릴 때도 배가 아프면 제일 먼저 할머니 약손을 찾았던 아이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을 때도 유일하게 할머니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할머니가 손을 잡아도 뿌리치거나하는 법이 없었다. 엄마는 내 손으로 만져 키운 아이라며 ㅌㅎ이를 더 애틋하고 사랑스럽게 보는 듯하다.
잘 커줘서 고마워. 졸업 축하해.
두툼한 봉투를 아이주머니에 찔러주는데쭈글쭈글해진 엄마 손이 눈에 들어온다.이유없이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