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태어나다

by 소정




두려움과 시작

처음엔 두려움이 더 컸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엄마 없이, 엄마가 되는 무게를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날마다 자잘한 준비와 선택을 거듭하면서,
나는 조금씩 ‘엄마’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산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남편은 바다로 떠나야 했다.


그는 마도로스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첫째에 이어 둘째 아이마저 남편의 손길과 응원도 없이 나 홀로 출산했다는 사실은

나만 아는 깊고 은밀한 상처로 남아있다.


병원으로 향하는 택시 안,
“남편이 없을 땐 친정엄마라도 함께 가야지.”


기사님의 그 말에 잠깐 나를 숨 고르게 했다. 나는 이미 엄마도 안 계시는데...

텅 빈 엄마의 자리를 떠올리자 또다시 힘 빠지고 눈물이 차올랐지만 나를 달랬다.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엄마가 되는 거야...’


그 희망이 따뜻한 온기로 내 마음을 조용히 감싸주었다.

분만대기실에서 보호자가 없으니 간호사들이 더 자주 들락거렸다.

고통이 파도처럼 쉼 없이 밀려오던 순간, 시어머니께서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순간, 구세주가 나타난 듯

온갖 두려움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힘이 차올랐다.

뱃속 아기도 서둘러 세상으로 나올 채비를 서둘렀다.


아가가 부르는 소리

병실 천장이 아득히 멀어지고, 시야가 까마득해질 즈음
나는 분만실로 옮겨졌다.


“내가 저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있을까.”


분만대 위에 오르는 순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나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 복잡한 마음도 잠시뿐.


"응애—"


아가의 첫 울음소리가 마치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공주님입니다.”
간호사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가가 나를 불렀다.

엄마가 필요했던 내가, 이제는 엄마가 되었다.


내 아이를 지키고, 그 모든 삶을 책임지라는 사명이
하늘로부터 내게 맡겨졌다.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진정한 엄마가 되었음을 느꼈다.


무사히 출산한 뿌듯함과 감사,
그리고 삶에 찾아온 기적 앞에

나는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키우는 아이

그러나 출산 후 방광에 문제가 생겨,
일주일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아기를 안아 텅 빈 방에 눕히는 순간,
서러움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남편의 따뜻한 칭찬도,
다정한 환영도 내겐 없었다.


그저 적막하기만 한 집,
아기와 단둘이 덩그러니 마주 보고 있었을 뿐.


그날 나는 알았다.


새 생명을 받아 든 기쁨과 환희조차,
함께 나눌 환영과 축하가 없을 때는

얼마나 쓸쓸한 고독인지.


혼자의 터득으로 시작한 아이와의 하루는 서툴렀다.


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고,
아기가 잠든 틈틈이 젖은 기저귀를 손빨래했다.


일회용 기저귀 대신 가제 기저귀를,

세탁기 대신 두 손으로 요리조리 살피며 빨았다.


그것도 불안해서 날마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폭폭 삶아 소독을 했다.
소중한 내 아이의 몸에 닿을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서서히 ‘엄마’라는 이름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더욱 강해져야 했다.


엄마니까.


돌이켜보면,
내가 엄마가 된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책임감 있고 든든한 엄마로 키워주고 있었다.


성장과 깨달음

낮에는 이웃 새댁들과 육아 정보를 나누고, 이유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엄마가 되고 나니, 세상을 보는 시선과 손놀림도 바뀌었다.


이전 같으면 내 감정과 내 상황만 신경 썼겠지만,

이제는 한 걸음 물러나서 주변과 세상을 더 찬찬히 바라보려 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만 돌보는 일이 아니었다.

나를 성장시키고 훈련하는 과정을 배운 시간이었다.


아이는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낮에만 잠들었다. 주변에서는

“밤낮이 바뀌었다”

고 말했다.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이 무서웠다.

그러나 아기가 깨어 있는 동안, 그 작은 생명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밤이면 사람의 온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더욱 든든했다.


아침이 되면, 밝은 햇살처럼 웃는 아가의 얼굴이 눈부시게 나를 맞았다.
의미 없는 배냇짓이나 옹알이를 볼 때마다,

마음속 깊은 샘에서 감사의 물줄기가 치솟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서서히 ‘엄마’로 성장했다.
아이를 통해 세상을 내다보는 창을 얻은 것이다.


성장과 감사

나는 서툴고 부족했지만, 서서히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엄마 없는 시간 속에서 배운 고독과 두려움, 그것은
돌아보니 나를 단단히 키우는 밑거름이 되어 있었다.


부족하고 서툴렀지만,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단어였다.


나는 이제 엄마로서,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우뚝 섰다.


문득문득 설움이 치밀고,
걸음마다 눈물이 울컥했지만,
나는 내 아이의 엄마로서 세상살이의 두려움을 맞섰다.


엄마 된 경험을 품에 안고,
다가올 날들을 사랑과 감사로 맞이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 모든 감동과 깨달음은,
내 아이가 내게 안겨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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