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의 모 양
그러니까 나는 사실 늘 할 얘기가 많은 사람이다. 그 이야기들의 티끌도 쉽게 버리지 못해 수시로 폰을 들고 메모를 하는. 그런데도 누구와 함께 있을 때면 도통 할 이야기가 없어 뚝딱 거리는 어처구니없는 사람이 나다.
늘 문장을 모은다. 내가 하지 못한 말들을 대신해준 사람들의 문장들을. 높이- 높이-. 정확하게는 깊이, 깊이 쌓아둔다.
별 것도 아닌. 그러니 이야기로 꺼내기에도 낯 부끄럽고 조그만 순간들에 별 것 아니지 않게 쌓인 마음들이 - 부끄럼 타지 않는 자들의 손으로 용기 있게 쓰여진 글들을 - 모아두고, 모아두고. 보여주길 끝까지 망설이다 혼자 다시 깊이 묻었다.
갈수록 그렇게 됐다. 지나고 보면 나 조차도 재미없는 말들을. 가슴에 꽉 차서, 벅차서, 온종일 곱씹다 신나게 풀어놓는 말을 계속 대단한 일인 양 같이 떠들어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있을까.
있을까. 를 쓰다 보니 내 외로움의 원인을 알겠다. 범인이 나다. 나를 목격하기 위해 기록한다 는 사람의 말도 알겠다. 여러 날 희미했던 나의 모양을 조금 더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