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타면서 주유소에 가지 않은 지 1년이 넘었다. 대부분은 집에서 충전했다.
집에 별도의 충전 시설을 설치한 것은 아니다. 220V 가정용 콘센트에 꽂아 충전했다.
다행히 단독주택에 살아 타인의 눈치를 볼 일은 없었지만, 불편함이 있었다.
외부 마당에 있는 콘센트의 위치가 차량을 충전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온실에 있는 콘센트에서 선을 길게 연결해 충전했는데, 여름엔 방충망 사이로 전선을 빼느라 벌레가 들어올까 걱정됐고, 겨울엔 문을 꼭 닫을 수 없어 추웠다.
그렇게 여름과 겨울을 지내면서, ‘외부에 콘센트와 충전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결국 전기 기술자를 불러 외부 콘센트를 새로 만들었다.
출장비만 무려 25만 원.
기술자가 해주고 간 건, 전선을 연결해 외부로 빼고 2구짜리 콘센트 하나 설치해 준 게 전부였다.
1시간 남짓한 작업치고는 비싸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전기차 충전용 굵은 선을 연결해 준 게 위안이 됐다.
외벽에 콘센트 하나 꽂았을 뿐인데 제법 그럴듯했다.
이제는 집 안에서 선을 길게 끌어오지 않아도 되고, 여름·겨울철 문을 닫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됐다.
하지만 몇 가지 불편함은 남아 있었다.
충전할 때마다 완속 충전기를 가방에서 꺼내 꽂고, 충전이 끝나면 다시 말아 넣어 차나 집안에 보관해야 했다.
쿠팡, 알리, 테무 등에서 ‘전기차 충전기 보관함’을 검색해 봤다.
스탠드형부터 벽걸이형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었다.
문이 유리로 된 세련된 디자인도 있었고, 싸구려처럼 보이는 허접한 제품도 많았다.
나는 크기가 넉넉하고 선 정리가 쉬우며, 방수가 잘되는 제품을 기준으로 골랐다.
중국산 제품이 많아서 그런지 ‘BYD’ 로고가 붙은 제품이 유독 눈에 띄었다.
BYD는 우리나라에는 낯설지만,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라고 한다.
하지만 BYD 로고가 박힌 충전함에서 테슬라를 충전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로고가 없는, 문이 투명 유리로 된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선택했다.
가격은 약 7만 원. 해외 직구라 배송까지 3주가 걸렸다.
3주 후 택배가 도착했고, 첫 주말에 외벽에 충전기함을 설치했다.
벽돌과 시멘트로 마감된 담장에 못질을 해야 해서 설치가 쉽진 않았다.
보통 시멘트 벽에 못질을 할 때는 드릴로 구멍을 뚫고 칼블럭을 박은 뒤 피스로 고정하지만, 이 과정이 번거롭고 구멍 위치를 정확히 맞추기도 어렵다.
그러다 ‘논프라피스(non-plug screw)’라는 나사를 알게 됐다.
공정을 2~3단계 줄여주고, 인장 강도는 칼블럭보다 5배 이상 높다고 했다.
가격은 다소 비쌌지만 쿠팡에서 주문했다.
설치는 의외로 쉬웠다.
드릴로 피스가 들어갈 정도만 구멍을 내고, 충전기함을 대고 피스를 박으니 단단하게 고정됐다.
벽이 무너지지 않는 한, 충전기함이 떨어질 일은 전혀 없을 것 같았다.
https://youtube.com/shorts/FJgL0Jn7tT4?si=zF6Dvfw44XTajRJ-
아파트에 산다면 충전이 끝날 때마다 차량을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겠지만,
단독주택이라 마음 편히 꽂아두고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