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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포티 Apr 07. 2023

노무현 정부의 엄청난 세금정책

종부세?  더 혁신적이고 강력한 정책.

우리 세대에게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들게 하는 고 노무현 대통령.


고등학생 때 그를 TV에서 처음 보고 든 생각.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참 좋겠다.'였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정말 대통령이 되었다. 참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복잡하다.


그가 뇌물을 받았네 안받았네는 관심없다. 설사 그가 받았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뇌물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자신의 이익을 챙기지 않았던 사람도 그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린 시절 그에게 가졌던 동경.. 그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과 애정..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가 추진한 정책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안타까운 결과.. 이런 것들로 인해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이 복잡할 따름이다.


이 글에서는 참여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다. 단, 여기서 소개하는 정책은 위에서 말한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온 정책"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노무현 정부(참여정부)의 조세정책


뭐가 제일 먼저 생각나시는지?  




많은 사람들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떠 올리지 않을까 싶다. (2005년 시행)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걷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시키겠다고 시작한 정책이었다.


종부세 도입 이후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때가 되면 논란의 중심에 서는 세금.. 부자도 가난한 자도 모두 기분 더럽게 만드는 세금이다.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서 기분 더럽고, 가난한 자는 그런 세금이라도 낼 수 있는 처지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여하튼, 종부세는 여러 사람 기분을 불편하게 만드는 쓸데없는 재주가 있는 세금이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정말 혁신적이고 엄청난 세금/부동산 정책은 따로 있다.

바로 등기부에 실거래가액을 기재하게 하고, 중개업체로 하여금 실거래가액을 신고하게 한 정책이다. (2006년 시행)



1.

이 정책 이전에는 부동산을 매매할 때, 이중계약서를 작성하여 사는 사람은 취득세를 줄이고, 파는 사람은 양도세를 줄이고.. 산 사람이 나중에 다시 팔 때에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이런 일이 구조적으로 계속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집을 처음 사 보는 사람들은, 본인도 처음보는 매매계약서가 등기권리증에 붙어 있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는 경우도 있었다. 법무사가 등기 신청을 해줄 때 자기가 알아서 별도의 계약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제 계약서 따로 등기용 계약서 따로'가 당연시 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실거래가액을 등기부에 떡 기재를 하게 되니까,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취득세 좀 줄이는 것보다, 나중에 양도세가 겁나서 그런 일을 꺼리게 되었다. 거기다 중개업체도 처벌이 두려워 실거래가액을 착실하게 신고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결국, 등기부에 실거래가액을 기재하게 한 것 만으로,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취득세 줄이고.. 양도세 줄이고.." 하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2.

이 정책은 그동안 정부가 파악하기 힘들었던 실거래가액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것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지금도 실거래가액은 기준시가보다 높다.
2006년 당시에는 그 차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컸다.
그리고, 2006년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기준시가를 실거래가에 근접하도록 상향조정해 왔다. 실거래가를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 취득세, 양도세, 재산세, 종부세, 상속세, 증여세 등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세금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금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장에서는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기준시가를 실거래가액으로 맞추는 과정에서 과세표준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정부가 욕 먹어가면서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금이 저절로 커지는.. '손 안대고 코풀기' 신공을 시전한 것이다.


(2) 이 정책은 4대보험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


(3) 경우에 따라 법인세와 소득세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4) 종부세를 납부하게 될 사람의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할 수 다.


즉, 부동산을 가진 모든 사람의 세금을 증가시키는 획기적인 정책인 것이다.


이런 세금의 증가는 매매가격에도 반영되고 임대료에도 반영되는 것이 당연한 시장 논리다. 결국은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갖고 싶은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종부세가 부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었다면, 이 정책은 전 국민을 타깃으로 하는 정책이었다.




이 정책을 "엄청나다" 생각하는 이유


(1) 부자증세 정책인 것처럼 보이지, 결국은 전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 정책이었다.

이 정책을 만든 사람들이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다. 우리나라의 고위 공무원들은 이 나라에서 1% 안에 드는 천재들이다. 행정고시를 생각해 보라. 아무나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붙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몰랐을리 없다. 알고 시행했고, 의도대로 이루어진 정책이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은 저항을 거의 받지 않았다.

종부세나 다른 증세정책들이 받았던 저항에 비하면, 이 정책은 거저 먹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타이밍과 명분이 좋았던, 정책 입안자의 승리였다. 종부세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말이 많다. 그런데, 이 정책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 본 적 있는가?


(3) 이상한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바꾸는 정책이었다.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된 가격이 있음에도, 유독 부동산에서 만큼은 정부가 고시하는 기준시가, 공시지가와 같은 것들이 당연시되고 이중계약서가 공공연했던 것이 이 정책 이전의 상황이었다. 일물일가의 경제학 법칙이 무색한 이상했던 시절이 정상적인 시대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정책이었다. (지금도 기준시가와 공시지가가 존재하지만, 현실성과 운용의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르다.)


(4)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과감하게 시행한 정책이었다.

이 정책 이전에는 부동산의 실제 거래가액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기준시가라는 변칙적인 제도가 운용된 것도 그에 기인한 바가 없지 않았다. 정부가 어떻게 그 많은 부동산 거래를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실거래가액을 파악하겠느냐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등기부에 실거래가액을 기재하게 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데 대한 불이익을 주는 간단한 방식으로 많은 문제를 정리해 버렸다.


(5) 세계사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책이기도 하다. 

정부가 정의로운 택하게 되면, 국민의 삶은 편하고 윤택해 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올바른 길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자뿐만 아니라 집 한채 가져 보려고 버둥거리는 보통 사람들까지 심지어는 빈자들의 주머니까지 털어간 정책이었다. 게다가 손 안대고 코 풀기라니!


이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면서 세금은 더 많이 걷어갈 수 있었던 정책.
세금을 많이 걷어 감에도 저항을 거의 받지 않았던 정책.
털린자가 털린 사실 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는 정책.

털린 걸 알아도 인정하게 되는 정책.


정말 엄청난 정책이지 않은가?




나는 이 정책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정책들 중에서 적어도 이 정책 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을 자격이 있다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이상한 편법이 아니라 정상적인 방법이 채택되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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