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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Aug 17. 2023

슬기로운 도서관 생활

20년차 사서는 잡부

수요일은 아침부터 비상이다. 1학년이 도서관 수업을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교실을 벗어나 신난 아이들, 이녀석들이 귀여운 것은 한달이면 끝난다. 이제부터 기싸움이 시작된다. 사서가 만만해 보이면 안된다. 눈치가 빤한 녀석들이라 본능적으로 간을 본다. 도서관은 놀이터가 아니라고!!!


뛰지마세요, 말하고 싶으면 작은 목소리로 꼭 필요한 말만 해요, 권장도서 읽어야 해요, 만화책은 방과 후에 와서 읽어요. 담임이 아이들에게 주의를 준다. 분주한 발소리는 십분이 지나도 여전하다. 목적이 분명한 아이는 재빠를게 책을 골라 자리에 앉아 읽는다. 한시간 내내 서가를 서성이며 책등만 만지는 아이도 간혹 있다.


 "ㅇㅇ아 ! 입" 담임선생님이 유난히  떠드는 학생에게 주의를 준다 "선생님도 입"  ㅇㅇ이는 담임선생님처럼 입에 손가락을 대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이없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선생님, 장난끼 가득한 ㅇㅇ이의 천진한 미소, 1학년이니 용서해야지 어쩌겠는가. 


도서관 수업을 한지 반년이 되어가는데 1학년은 여전히 유치원생 같다. 같은 질문을 하고 또 하고, 읽고 싶은 책 찾아주면 표지만 보고 바구니에 담고 서가로 달려간다. 학기 초  도서관이용자 교육을 왜 시켰을까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천방지축 1학년이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면 2학년으로 진급한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정리도 하기 전에 다른 반 수업이 시작된다. 북트럭에 수십권 책이 쌓여있고 서가 곳곳에 대충 던져놓은 책들이 내 손길을 기다린다. 노란 장갑을 끼고 내가 출동할 시간이다.도서관 일은 집안일과 비슷하다. 해도 티 안나고 안하면 티나는 일, 무한반복 되지만 돌아서면 늘 뿌듯한 기분이 드는 나는 잡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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