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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고 Dec 30. 2023

무엇이 이선균을 죽였는가?

성공의 그림자

오로지 좋은 것만으로 이루어진 성공은 없다.

노력에 합당한 성공은 눈부시지만, 그 뒤에도 반드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빛에 가까워졌다고 어둠을 다루는 법까지 배우는 것은 아니다.

빛이 커지면 커질수록 어떤 소중한 것은 더 밝아지지만 또 다른 소중한 것들은 그림자 아래로 지워져 버진다.

그림자 위로 같은 그림자끼리 더 모여 어두워진다.


성공을 쌓아가는 것은 이후의 실패를 함께 쌓아가는 것이다. 

성공이 클수록 견뎌내야 할 낙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래서 너무 어린 나이의 성공은 오히려 불행으로 이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성공의 그림자가 가린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박한 취미일 수도 있다.

늘 대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가족 같은.

마음속의 신념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사소하게는 좋은 습관들도 있을 것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럼 성공도 하지 말고, 꿈도 갖지 말란 것인가?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우리는 당연히 도전을 해야 한다. 

변함없이 원하던 것을 위해 처절히 달려들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지킬 수는 없으니,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력과 결단력을 늘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덜 중요한 것에 발목이 묶여, 

높고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선균의 팬은 아니지만, 적어도 소위 말하는 문란한 남자는 아니라고 본다.

그는 큰 성공의 그림자로 같은 그림자를 가진 파리들이 꼬여든다는 것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실수가 클수록 분별력부터 다시 찾으려고 노력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의 결정 하나하나가 그의 목을 조르고 말았다.


마담과의 만남은 친분으로 포장되지 않을 부끄러운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가족 관계를 걸고서 즐겼다.

마담이 주는 것은 아무거나 받아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서 빨아댔다.

마담의 협박을 돈으로 덮으면 더 문제가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온 인생을 운빨에 맡긴 채 돈을 넘겨줬다.


더 나쁜 여자를 두고 세상을 떠나가려니 억울했을 거다.

이선균의 마지막 메모는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 였다고 한다.

그럴 리가 없다.

아직 성공하지 않았던 이선균이라면 알고 있었을 것이다.

헛된 성공에 집착하지 말고 다 털어 버리면, 

그 그림자도 알아서 작아질 테고, 꼬여든 그림자도 흩어졌을 것이다.

성공에서 실패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그 낙차가 너무 아플 것 같아 그는 선 채로 죽어버리고 말았다.

대신, 떨어진 그의 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고통은 보는 사람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팬이 아니었는데도 보는 내가 너무 아프다.  


경찰도, 언론도 그를 절벽 위에 서게 했지만 직접 죽으라고 한 적은 없다.

처음 그 꼭대기로 올라간 것도 자신이었다.

그리고 죽음이란 해결책을 떠올린 것도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라니...

진짜 죽을지는 뛰어내려 봐야 아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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