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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고 Feb 29. 2024

스마트폰 의존과 새로운 습관 형성

무의식 개조

우리는 어떻게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대체로 습관이란 도파민을 따라가며 형성된다. 우리의 행동은 그냥 살아가다가 도파민이란 보상을 받는 쪽으로 본능적인 편향이 생긴다. 하기 싫은 일에서는 도파민이 나오지 않는다. 꼭 의식적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이 습관이 된다. 한편 현대인에게 있어 도파민 분비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습관은 아마도 스마트폰 사용이 아닐까 한다. 왜 스마트폰은 도파민을 생성하는가? 스마트폰의 정보는 대체로 새로운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뇌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변화에 각성하여 더 관심을 갖도록 진화해 왔다. 즉 뇌는 새로운 정보에 집중할 때 도파민을 분비되도록 설계되었단 얘기다. 


다만 새롭다는 것은 매우 광역적인 표현으로, 갑자기 뛰어드는 벌레나 수업 중 들리는 선생님 말이나 화면에서 스크롤 중인 텍스트나 새롭다는 점은 매한가지다. 하지만 뇌는 새로운 정보에 대해 빠른 반응을 하고 싶어 한다. 이것도 생존본능이다. 역으로 빠르게 해석하고 반응할 수 있는 정보야말로 도파민 분비에 적합하다.  그게 바로 스마트폰의 정보다. 그래서 스마트폰에서 고급 정보를 구하기는 어렵다. 커뮤니티 잡담글이나 릴스, 쇼츠 같은 것을 넘겨 보면서 계획적 독서와 같은 배움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도파민 과용으로 정신이 피로해질 때까지 정보를 습득했다고 한들 정작 써먹을만한 정보는 없다. 기껏해야 같은 수준의 플랫폼 내에서 몇 가지 용어나 밈을 아는 척하며 소비하는 수준에 도달할 뿐이다. (스마트폰 정보가 모두 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흔히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흩어보는 상황에 대입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학술적 연구, 깊은 독서, 작문 등을 하면서 더 많은 흥미를 느낀다. 아마 스마트폰을 흩어보는 것보다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될 것이다. 그런 사람의 습관은 스마트폰보다 조금 더 느린 매체를 향해 있고, 그 속도를 즐기도록 형성되었다. 이들은 본능을 바꾼 것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의지력을 사용해 의식적으로 본능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능은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면 먹고 싶고, 졸리면 자고 싶고, 이성에 대한 성욕을 느끼는 본능의 깊고 깊은 부분은 우리의 의식으로 바꿀 수 없다. 의식은 그 표현을 문명적으로 하도록 도와줄 뿐이다. 하지만 본능의 방향을 조정하는 것은 의식적으로 가능하다. 해당 생각을 반복적이고 집중적으로 의식에 각인시킴으로써 그 생각이 무의식까지 뿌리내리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먹는 것은 본능적이지만 신선한 채소와 담백한 잡곡을 맛있게 느끼는 것은 의식적 각인으로 가능하다. 잠은 꼭 자야 하지만 밤 11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는 규칙적 수면을 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성욕은 꼭 해결해야 하지만 배우자와의 관계가 가장 기분 좋도록 스스로를 확신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빠른 정보보다 독서의 느린 정보가 더 즐겁고 더 도파민을 분비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각인한다면 그 생각이 무의식에서도 기호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정된 즐거움, 한정된 도파민을 어떤 행동에 짝지을지 먼저 결정을 하자. (물론 상상만으로도 하기 싫거나 무기력해지는 일은 애초부터 배제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실제로 해본다. 결과를 보면서 '즐겁다, 보람 있다, 가치가 있다, 더 잘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의식적으로 주입한다. 사실 이렇게 했는데 즐겁지 않은 일이라면 매칭을 잘못할 것이다. 다시 생각하고 매칭하고 좋아하도록 노력해 보자. 불과 몇 번의 시도만으로도 무의식 속에선 새로운 본능이 자리 잡았고 따라서 뇌는 도파민을 찾아 그 행동을 자연스럽게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진다. 물론 최초에 행동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모든 기적은 1초 만에 일어난다고 한다.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기는 그 1초가 어떤 습관의 실현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시간이다. 


사실 현대인 치고 스마트폰 의존증이 아닌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보지 말자는 의식적 금기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역으로 무의식 속에선 그 일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진다. 이런 것보단 좀 더 상위에 있는 습관을 정해 끌어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5분 타이머를 작동해서 짧은 집중을 용이하게 한 채로 책을 읽는다. (전자책, 오디오북 포함.) 잘 읽었으면 또 타이머를 작동하고 다시 집중해 읽는다. 가급적 그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이렇게 독서에 집중하는 습관을 정착시키려 하고 있다. 그랬을 때 도파민이 더 알차게 분비되고 성취감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글 쓸 때도 가급적 타이머를 작동하여 집중해서 쓰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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