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존스의 마지막 걸작 "Beggars Banquet"
롤링 스톤즈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축포 Jumpin' Jack Flash는 발표와 동시에 대히트를 기록했다. UK 싱글 차트에서는 순식간에 1위에 등극하였고, 빌보드 싱글차트에서도 3위에 안착했다. 모두가 기다려온 스트레이트한 록과 블루스로 무장한 스톤즈의 성공적인 귀환이었다. 이 기세를 이어 스톤즈의 걸작시대를 알리는 첫 작품이자 브라이언의 마지막 불꽃 Beggars Banquet (1968)이 발표되었다.
앨범 Beggars Banquet은 매우 불쾌함을 주는 커버아트로 유명하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공공화장실에서 촬영된 사진에 여러 낙서와 그래피티를 더한 디자인이다. 낡고 지저분한 변기와 옆에 걸려있는 휴지에도 검붉은 피 같은 것이 묻어있기도 하다. 마치 심각한 정키(마약중독자)들이 애용할 것만 같은 위험하고 퇴폐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커버아트는 스톤즈가 현실로 돌아와 현실을 노래한다는 걸 상징한다. LSD의 환각 속에서 사랑과 평화의 이상주의에 빠진 히피즘에서 벗어나 거리의 음악, 현실의 음악 블루스로 돌아온 것을 상징한다. 그들은 커버아트로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사랑과 평화, 꽃으로 가득한 것 같지? 현실은 위험하고 더럽기도 하거든?” 바로 전작에서 사랑을 함께 노래하자고 (Sing This All Together) 호소하며 She's a Rainbow와 같은 아름다운 사이키델릭 팝을 부르던 스톤즈는 이 앨범에 이르러 폐기 처분된다. 앨범은 삼바 리듬과 록의 비트를 블렌딩 한 실험적인 명곡 Sympathy For The Devil로 시작된다. 가사는 인류 역사의 비극적 사건들을 언급하며 “나”는 항상 그곳에 있었고 나의 이름을 맞추어 보라며 노래한다. 곡의 후반부에 가면 “ Just Call Me Lucifer"라는 충격적인 가사가 나오며 곡의 화자가 누구였는지 드러난다. 이 가사는 “나”는 악마의 왕 루시퍼이고 인류사의 비극적 순간을 지켜봐 왔고 개입해 왔다는 섬뜩한 내용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이 곡은 단순히 사타니즘 요소와 오컬티즘 요소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곡의 작사를 담당한 믹 재거는 한 인터뷰에서 이 곡은 인간의 어두운 이면과 광기에 대한 이야기이고 루시퍼는 사악한 광기에 빠진 인간의 메타포일 뿐이라고 밝혔다. 인류 역사에서 반복해서 벌어졌던 전쟁, 착취, 살인과 같은 참사는 신이 나 악마가 저지른 것이 아니라 명백히 인재(人災)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철학적 메시지인 것이다.
이 앨범에서도 브라이언 존스의 멀티 인스트루멘트는 앨범에 색을 입히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느긋한 정통 포크 블루스 “No Expectations"에서는 뛰어난 슬라이드 기타 연주를 덧붙여 아름다운 곡으로 완성해 냈고, 역시 정석적인 블루스를 들려주는 ”Parachute Woman"에서는 블루스 하프의 명연을 펼친다. 또한 "Jigsaw Puzzle"에서는 은은한 멜로트론 연주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곡의 맛을 살려냈고, “Factory Girl"에서는 바이올린까지 능숙하게 연주해 낸다.
이렇게 1968년 12월 6일 발표된 앨범 Beggars Banquet은 발표와 동시에 평단과 대중 양쪽에서 아낌없는 찬사를 받으며 스톤즈가 이때까지 발표한 모든 작품들 중 최상의 작품이라는 평가까지 받아낸다. 하지만 스톤즈 멤버들은 물론 브라이언 존스 그 자신조차도 곧 그들에게 다가올 끝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감 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4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