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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먼지 Mar 24. 2024

강아지 함부로 키우지 말아요

그 어떤 희생없이, 각오없이, 생각없이


"아 저 미친 인간들."

출근길 2차도로. 로타리를 지나자,
 남편이 낮게 읊조린다.

또 개념없는 차주가 깜빡이도 없이 들어온걸까.?
하고 옆을 봤다.

그리고
나도 같이 [미친]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커다란 아메리칸 스탠다드 푸들을 차도에서 걷게 하고 자기들은 인도쪽에서 걸어가는 70대 남자와 50대여자 그의 딸로 보이는 30대 여자를 보고 그랬던 거구나.

"왜 저따위로 다니는거야. 애 차에 치이면 어쩔라고."
"보통은 자기 새끼라고 생각하는 견주가 차도로 자기 새끼를 내몰진 않지..좁아도 인도로 개를 두고 자기가 차도 가까이 걷고 다니지. 저기 저 사람들은 저 푸들을 그냥 비싼 트로피 정도로 생각하는 걸거야."
슬프고 분노스럽게도,
반려동물을 트로피로 여기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다.

키우는 강아지가 데리고 다니기 예뻐야하고
아주아주 고급의 혈통이어서 비싼 데서 비싼돈을 주고 데려와서 사람들이 얼마짜리 강아지인지 듣고 놀라는 데 우월감을 느낀다.

지인의 딸 c양은 우리집 덕구를 보고는 자기도 개가 키우고 싶다며 똑같이 생긴 흑시바를 300만원에 분양해왔다면서 자랑하고 다니더니, 산책하는 걸 한번도 못봤는데 두 달 후에 지인이 사냥터 나가는 친구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친구가 준 흰 고양이를 데려와서는 방치해서 어린 고양이가 우리 가게앞에서 발견된 적이 많다.
고양이모래도 전봇대에 그냥 투척.......
고양이도 키워본 적 있는 남편은 정말 미친 거 아니냐고 돈이 많으면 뭐하나 저렇게 개념없게 사는 인간이 더 많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 고양이는 또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채로
그 지인딸 c 양은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다고 한다.
(부디 아이들만은 잘 키우시길.....)

강아지가 잘 쉬는지, 잘 먹는지, 기분이 어떤지보다

인스타에 올려야하니 하루에도 여러장의 옷을 갈아입히기 바쁘고,
답답해하는 강아지가 벗고 싶어 물어뜯어도 다시 입힌다.

물론 옷을 좋아하는 강아지도 있다.(거울보는 강아지 귀여워...)

구구의 옷을 산 게 4번이던가.
복구는 옷을 입지 않겠다는 의지를 아주 잘 표현한다.
물고 뜯고 찢어서 옷을 지 주둥이 앞에 굴복시킨다.

김복구 과장, 화가 많이 나죠오?기분이 안좋아요.

래서 선물받은 옷들은

 옷장에 고이 보관중.....


하도 옷을 안입히니까 지나가는 견주들은
"아, 얘는 밖에서 키우나봐요?"
애견카페에서 만난 말티즈 견주가 그렇게 물어봐서 당황한 적이 있다.

ㅋ...
우리집 개 밖에서 옷 안입히면 이런 소리도 듣는군.

누렁이 비주얼이지..
그렇지 우리 복구....

뭐 아무렴 어때 건강만 해.

무튼.
개를 고양이를 키우는 게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남들이 다 키우니까 나도 한번 키워볼까 싶어서
티비를 보니 키우고 싶어서
그렇게 트로피로, 애완용으로 쉽게

이 따위 가벼운 이유로 반려동물을 키우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부디

1. 지갑털릴 각오(병원비, 호텔비, 사료간식값)

2. 체력털릴 각오(산책,야외배변, 흙냄새 나무냄새 사람 사물 적응)

3. 시간털릴 각오( 최소 1일 1시간은 내시간 희생할 각오(산책, 병원접종, 애견카페)

4. 멘탈털릴 각오(말못하는 동물이 벽지와 신발과 내 가구를.부셔놔도 이놈과 대화시도는 해보겠다는 각오,교감)

5. 내 시간과 공간, 내 인생에  어떤 환경변화가 있어도 책임지겠다는 각오(적어도 10-20년은 끝까지)
*이사가니까/취업하니까/애가생겨서/알러지가생겨서/결혼하니까 따위의 핑계로 지인에게 보내거나 가족에게 떠넘기지말길

6. 나같은 인간이 자신의 전부인 녀석을 하루에 한번은 안아줄 수 있는 각오

이 각오가 없이는 절대 키우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오늘도 내 온기를 난로삼아 잠든 첫째에게
그리고 온기는 떠났어도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내곁을 가끔 머물다 가며 지켜주는 막내에게
내 사랑과, 온정을 담아 이야기한다.
구구, 사랑해 라고.

출근빡센 하루 보내고 잠든 첫째 복구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으로 싸돌아다닐 막내 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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