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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먼지 Nov 11. 2024

돌아온 빼빼로데이 챙기는 호구 여기 있지

이놈의 상술은 아직도,그러나



"야 그거 다 상술이여 이씨."

"뭐 장난해?14일 마다 뭔 데이야 짱나게."

내가 초중  때에는 정말 그랬다.

기억이 어렴풋이 잘 나지 않지만


11.11 빼빼로데이 - 빼빼로 주고받는 날

11.14 쿠키데이 - 쿠키주고받는 날

2.14 발렌타인데이 - 여자가 남자한테 사탕주는 날

3.14 화이트데이 - 남자가 여자한테 사탕주는 날

4.14 블랙데이 -솔로끼리 자장면 먹는 날

5.14 로즈데이 - 장미꽃 주고받는 날

7.14 실버데이 - 은반지 주고받는 날

.

.

.

지금 생각해보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다가 입틀막-입이 틀어막힐 만큼의 돈지랄이 아닌가.


그 당시 전학와서 겪은 시골아이들의 데이 챙기기는 소박하고 귀여웠지.

나도 배워서 새콤달콤과 바나나쮸를 멋지게 포장하고 싶었지만 똥손이 어디 가겠나?

지금 생각하면 귀여운 돈지랄쯤이었다. 풋풋하고 싱그러운 내 10대여.


편의점을 지나치면서 눈에 그렇게 많이 보이는 빼빼로.

요즘은 뉴진스 얼굴까지 넣어서 팔고, 카드사용 시 반값 할인까지 해주는 품목까지 있다.


지에스25에서 판매하는 뉴진스 빼빼로

올해는 그냥 넘어가자!


해놓고 복구랑 산책하다가 결국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놈의 호구본능


결국 토요일에 아파트 옆 편의점에서 16개의 빼빼로를 사버렸다.


남편의 최애는 크런키빼빼로

평소 초코렛을 잘 먹지 않는 남편도 좋아하는 게 이 빼빼로다.

특히 누드빼빼로와 크런키빼빼로를 가장 좋아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아몬드빼빼로여서 아몬드는 한개, 나머지는 두개씩 싱크대에 급하게 끓인 만두국과 함께 놓고 출근을 한다.

아침에 급히 끓인 만두국

아침이든 점심이든 알아서 해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 종목이 라면이다. 남편을 냅두면 하루 세끼를 컵라면을 먹는 손이 많이 가는 남자라..


어머님 손에 그리 커서 어쩔 수 없이 할 줄 아는 살림이 없는 그였지만, 요즘 집에서 쉬는 게 눈치보이는지 열심히 세탁기 돌리고 복구 산책에 열심인 그가 퍽 귀여워서 뭐 하나 끓여놓고 나오게 되는 호구는 어쩔 수 없다.


마흔엔 나도 남편이 지은 밥을 먹을 날이 오도록 해야지. 지금은 일단 해놓은 밥이라도 데워먹게 하는 훈련중.


회사 사람들도 한개씩 주려고 집에서 들고 나왔다.

무슨 맛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먹든지 안먹든지 알아서들 할 일일 듯 하다.


이것 역시 내 만족일 일인데 나처럼 상술을 알고도 당하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 마음을 이용해먹는 장사꾼들이라며 마냥 나쁘다고 할 수가 없는 건,

지금 나이 들어가며 생각하는 게

그들도 그렇게 팔아서 남아야

자기 식구들이든 자기 입에 풀칠을 하고 살 것 아닌가.

마냥 10대처럼 해맑게 해당 14일마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거나, 20대처럼 선물은 해가면서 상술이다 욕할 수 없는 현실나이가 된 게 슬프다.

이게 나이먹는 대가인가보다, 하련다.


그래도,

나 혼자 배터지게 먹는 빼빼로보다야

누구랑 나눠먹을 수 있는 빼빼로가 조금 더

맛은 있는 것 같다.


같이의 가치를 믿고, 오늘도 앞으로 나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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