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불행이 아님에 위안이 된다면
흔히들 삶에 질려있거나 불평불만이 많거나
우울증 걸린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여행을 가라거나
봉사활동을 다녀오라고 권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삶에 더이상 희열이나 나아가야 할 목표를 잃았거나
소중한 이를 잃었을 때
어떤 신념이 사건 사람으로 인해 박살이 나버렸을 때
내 가치가 무의미해지거나
내 삶이 끝난것같거나
세상이 너무 거지같거나
내 주변이 모든 게 마음에 안 들 때
나는 유튜브로 서재로36이나 불편한 뉴스들을 본다.
오늘 남편이 일을 하러 가서 차에 타려고 문을 열다가
옆 주차한 차문에 문콕을 했다.
컴파운드로 지워지는 점이었다고는 하지만
차주는 이틀치의 택시비까지 합해서 68만원을 요구했다고 눈물섞인 카톡이 왔고,
나는 그대로 돈을 다 주고 얼른 거길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사람이 다친게 아님을 확인했고
차에도 큰 이상이 없음을 알고 나서는
처음에는 아이 왜 이리 조심성이 없을까 답답했지만
내가 그리 말한다면
그가 얼마나 위축되고 고된 하루을 보냈을까
얇아질 우리의 지갑보다
어깨가 처진 남편의 뒷모습이 안타까웠다.
나는 남편이 성에 차지 않을 때 엄마에게 하소연을 하면
엄마는 꼭 그랬다.
윤상이는 너한테 과분할 정도지.
애가 뭐 앞뒤가 다르길 하냐
어디가서 바람을 피우냐
도박을 해서 니아빠처럼 수억을 날려먹었냐
그런걸로 하나밖에 없는 남편기죽이지 말고
따순 밥 먹이고 잘해줘라.
오늘 힘들었을텐데
고기라도 많이 구워줘라.
엄마의 전남편 만행만 들어도
우리 남편은 우등생이 된다.
나의 남편일을 들은 나의 회사 팀장님은
아마 나를 위로하시려고
본인 남편이 사고쳐서 수천만원을 생돈을 날렸는데
그것보단 낫지 않냐시며 웃으시고
내 동생 역시 남편과의 단톡방에서
친구인 우리집 너구리를 다독여준다.
(이럴때 니넨 사이 좋더라.....)
나보다 먼저 길을 걸어가며
내가 본받아야 할 지인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하고 그들을 본받으려면
내가 위를 봐야 할 때도 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과
유대감을 나누며 상황공유도 해가며
어려운 시기를 걷어내고
같이 노력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내 상황이 좀 더 나은
그래서 지금의 나를 만족선상에 잠시 멈추게 하는
어떤 부정적 감정을 최대한 잠재워줄 만한
더 안좋은 상황의 예시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걸 빌미삼아 누군가를 끌어내리려 하는 것이 아닌
그래도 그 상황까지 우리가 간다는 전제로
더 힘들었을 수 있는데
"이만하길 다행이다"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
덕구가 카니발에 치여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죽음을 맞이한 날이 지난 지도 2년이 지나
아직도 사고 생각에는 몸서리가 쳐지지만
아이를 보낼때 그 몸이 온전했던 것
잠시 차가워지기 전의 따뜻한 아이를 만질 수 있던 것
아이가 어딘가 실종되지 않고 우리품에서 떠날 수 있었던 것
아이가 떠난 후에도 우릴 잊지 않고 꿈에 불쑥 나와
나와 남편의 이혼위기를 봉쇄해놓고 가는 것
그 모든 것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 되어버리는
내 뇌내 회로가
확실히 20대의 부정적이고 비정한 나의 뇌보다
분명히 뭔가 다르긴 한 것 같다.
그래서 그 68만원에
괜시리 0 하나 더붙여서
680만원 아닌 게 어디냐며
씩 웃어보이며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주는 나를 보며
남편이 의지하고 위로받고
큰 스트레스 없이 잠들 수 있어서
그걸로도 감사한 밤이다.
가끔 필요한 미래에 닥칠 불행을
내가 싫어질 모습앞에 꺼내오는 연습도
필요한 것 같다.
그만하길 잘했고
아직 그 정도까지 나빠지지않아서
다행이라는 그 위안이
감당하기 힘든 일 앞에서는
시간만큼 좋은 약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