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의 등짝 스매싱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나랑 같은 방을 쓰면서
내가 우리 가족 중에 할머니한테 등짝을
제일 많이 맞았다고.
자신할 수 있다.
살면서 문득 할머니의 옹골진 욕들이
내 삶에 깊이 파고들었나보다.
속을 드럽게도 많이 썩이던 아픈 손가락,
둘째 아들의 딸래미인 나와
애증의 조모녀지간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더 그립고 밉다가도 짠한 우리 할매.
학교가기 싫으면 아픈 척을 해본다.
밥을 먹기 싫으면 아픈 척 누워서 티비를 내가 좋아하는 채널을 켜놓고 으효효효 신음소리를 내본다.
"지랄말고 일어나."
같은 방을 쓰는 집주인
나의 친할머니가 늘 쓰던 말
"지랄말고-."
"시절 피우고있네."
아니 어떻게 시절을 피운단 말이냐.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을 할머니는 어디서 그렇게 지어온걸까.
이제 물어볼 수도 없는데. 궁금해졌다.
할머니한테 내 꾀병이 통했냐 하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는 건
말은 그렇게 무식하고 살벌하게 해놓고도
할머니 손은 내 배 아니면 팔다리를 향하고 있었다는 거다.
"슬이 배는 똥배. 할미 손은 약-손!"
내 똥배를 거칠고 주름진 손 마디마디를 돌리면서 어루만져주면
나는 다 나았다!
하고 일어나 등교를 할
리가 없다.
할머니 손으로 등짝에 타투를 새기고 나서야
양치하고 학교에 간다.
"주리할 년이 맨날 새벽까정 사부작사부작거려쌓더니 아침에 저 지랄이여!!"
"으유 육실헐 년 떡볶이를 그렇게 처먹으니 밥을 안처먹지 요년아!!"
할매 손맛은 맵고도 따스해서
이상하게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맞을 땐 못했던 듯 하다.
아침에 눈떠 굼뜨는 나는 속으로
"지랄말고 시절피우지말고
빨리 가 회사."
라고
할머니의 가끔 그리운 호통소리를
내 출근길에 대입해본다.
초심을 잃은 직장인의 등짝을
한대 씨게 후드러패고는
조물조물 내 팔다리를 주물러줄 것 같다.
할매가 큰엄마큰아빠와 함께 그 시절 나에게 없었다면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 또는 그 이하로 컸을지
눈에 안봐도 훤하다.
그립다.
그리움은 언제나
뒤늦게 온다.
그러니 그 그리움조차 사랑이 될 수 있게
찰나의 아련함을
오늘을 또 열심히,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