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윗공기는 좋아해여
어릴 적 아빠가 좋은 사람인 줄 알던 시절이 있음에 감사한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동안 높은 바 의자위에 앉아 오물거리던 치즈와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 하나 때문에
나는 스튜어디스가 꿈인 적이 있었다.
승무원이 되면 이 샌드위치를 매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덕분이다.
중학교 들어와서 신체검사가 지나가는 날이면
그 꿈은 이룰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눈치챘고,
고등학교 졸업시 내 꿈은 아빠랑 같이 일할 호텔에 들어가는 호텔리어로 바뀌었다.
호텔리어는 키를 안봐.
내 156cm키는 애매한 수준이 아니라 많이 작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내 키도 쓸모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아침.
184cm는 족히 되어보이는 남자가 내 앞에 횡단보도를가로질러 가다가 허리를 확 수구린다.
"....!"
그 남자가 지나간 자리를 나는 아무렇지 않게 지난다.
커다란 나무가 잎과 가지들을 늘어뜨려 키큰 남자의 보행을 방해한 것이었다.
음......?
키큰이들은 키작이들의 이것마저 키작이들에게 모욕이다 라며 실소를 짓고있겠지만
나에게 이 사실은 대단한 여유를 준다.
생각해보니 또 있다.
남편이 댕강 잘라버린 해바라기샤워수전 파이프.
원래 높이조절이 되는건데 성질급한 남편이 멀티커터로 잘라버려서 원래 높이로 높여서 쓰려면 25만원을 주고 다시 주문해야 하지만
우리 부부는 172 미만의 키들이라
수전을 새로 살 필요가 없이 천장에 간당하게 고정해서 쓰고 있다.
"그냥 새로 하나 사지?"
"안 불편한데?"
본인이 댕강 자른 사실을 위로하듯 남편은 꿋꿋하게 키작아진 수전을 만족하며 사용중.
180cm넘는 친구들을 만나 천장이 낮은 가게로 들어가기 꺼려지는 상황이 생길 때도
내 작은 키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야 넌 진짜 여백의 미가 넘친다 임마."
"고맙다 이 새끼야."
친구들의 키 놀림도 까짓꺼 별거 아니다.
이래봬도 7세부터 19세까지 앞번호 1,2,3번을 놓친 적이 없으니까.(성적이냐?)
172cm이상들에게는 큰일일 일들이
156cm나에게는 아무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으로도
고마운 생각이 든다.
물론 반대로 비행기 타서 기내에 캐리어를 넣는 걸 도와주는 스튜어디스 분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건
나의 선망과 부러움이 아직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다리롱뼈수술을 하지는 않을 내가 선택한
키작녀의 삶을 나는 계속 살아야 하고
살기로 마음 먹었지 않은가.
키가 작은 사람도 짧지만 여운있는 여백의 미를
오늘처럼 만끽할 날도 있어야
살 맛이 나지 않겠냐 이 말이다.
이상 키작녀의 정신승리 끝.
(지하철 손잡이 높은 건 안 닿아서 화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