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기획PD를 알아보자 11
연차 낮은 기획PD를 가장 마음 아프게 하려면 다음과 같이 말하면 됩니다.
"넌 현장은 알긴하냐? 그건 니가 현장을 몰라서 그래"
사실 현장 경험 없는 기획PD에게는 이 한마디가 마법같이 상황을 정리하는 단어입니다.
기획PD를 하고 싶어하는 많은 분들이 책상에서 웹툰을 실컷보다가
작가를 만나서 "대본이 구리네요. 이렇게 고치세요!"라고 지시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심지어 어떤 기획PD는 자기가 대본을 거의 다쓴거나 마찬가지다. 라고 하면서 떠벌이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썼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말을 얼버무리거나, 내가 직접 쓴거는 아니고 아이디어를 주어서 작가에게 고치라고 했다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솔직한겁니다.
어떤 기획PD는 "악"을 "으악"으로 고치고 나서, 내가 아예 씬을 썼다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작가들 입장에서보면 이런 기획PD를 꼴같지도 않은 꼴값이라고 합니다.
많은 신인작가들이 이런 것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요.
여튼 사무실에서도 이렇게 일을 하는 기획PD는 현장은 배우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카메라 스탭이 각자 무슨일을 하는지, 지미집이 뭐하는 것인지,
스케줄을 어떻게 짜야 제작비가 절감되고 효율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지 등등
알고 싶지도 않고, 알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제작PD를 입다물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니가 대본을 알아? 니가 기획을 알아?"
제작PD는 주로 현장과 돈에 관련된 업무를 하다보니, 작가를 만날 일은 많이 없습니다.
그래서 작가와 어떤 과정을 통해 대본이 나오게 되는지, 최초에 어떤 원작을 골라서 기획이 되는지 등을
알 수 없습니다.
드라마 업계에서 반쪽 짜리가 되지 않으려면
양쪽을 다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획이라도 그것을 잘 제작을 해야 결국 좋은 콘텐츠가 탄생하니깐요.
반대로 아무리 제작을 잘하는 영화제작사가 프로듀싱을 하더라도 기획 자체가 후져서
도저히 눈뜨고 못 볼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학생이라면 제작부, 연출부로 현장 경험을 쌓아도 좋구요.
이제 입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조연출로 시작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연출을 거의 안뽑는 것 같아요)
아니면 PPL이나 저작권 사업, 매니지먼트 등에서의 경험도 또 다른 면에서는 좋을 것 같습니다.
기획PD가 된 후에는 책상에만 있지말고, 자원해서 제작부 일을 해보는게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