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는 여행중 Mar 15. 2024

[2월] 공군 일병의 자기 계발 일지 D-467

공군 인권 모니터단/ 매경테스트/ 싯다르타와 욥기

  1년 중 가장 짧은 달 2월. 그렇지만 군대에서의 2월은 지금까지 내가 겪은 2월 중에 가장 길게 느껴졌다. 일이 많아져서 기분 탓인가 했는데 생각해 보니 완전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실제로 29일까지 있었으니까.


  2월 6일 인바디 측정에서 드디어 체지방률이 20% 이하로 내려왔다. 물론 19.9%로 간신히 턱걸이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골격근량이 36kg이 넘은 건 처음이어서 더 기뻤다. 조금씩 돼지를 탈출하는 것 같지만 아직 뱃살이 너무 잘 잡힌다.

79.6/36.2/19.9

 현재 목표는 몸무게 75kg과 체지방률 15%. 유산소 운동을 더 늘리고 이제는 슬슬 식단도 관리해야 할 것 같다.


  2월 초에는 제14기 공군 인권 모니터단으로 선발되어 간담회에 다녀왔다. 평소에도 사회 구석구석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속한 조직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흥미로운 활동인 것 같아 지원했다.

  공군 인권 모니터단은 장병들이 경험하는 인권 침해 요소를 식별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군법무관님께서 교육 중에 우리의 활동으로 65000명의 공군인 뿐만 아니라 앞으로 들어올 미래의 장병들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열심히 활동해야겠다.


  2월 24일에는 매경테스트를 응시했다. 우수등급만 받아도 포상휴가 하루를 얻을 수 있는 ‘꿀’ 시험. 여유시간이 많이 없기도 했고 귀차니즘의 발동으로 총 공부시간이 약 5시간도 안된 거 같다. 살짝 불안한 감이 있었지만 다행히 커트라인은 수월하게 통과했다.


https://exam.mk.co.kr/​​

  매경테스트는 매일경제신문에서 주관하는 시험으로 경영/경제를 모두 다루고 있다. 확실히 이전에 본 테샛보다는 체감 상 어려웠다. 특히 경영 관련 개념들은 나에게 생소한 내용이 많았다.


  매경테스트의 가장 큰 팁은 공식 유튜브 채널 ‘매테나’를 반드시 시청하는 것. 여기서 문제가 꽤나 많이 나오는 듯하다. 나는 시험 전날 밤에 최근 영상만 몇 개 보고 갔었는데 조금 더 많이 볼걸 싶었다.


  2월 달에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었다. 데미안을 너무 재밌게 읽어서 병사 자기 개발비를 사용해 곧바로 싯다르타도 주문했다.

  책은 꽤나 술술 읽혔는데 읽으면서 나오는 표현들에 굉장히 많이 감탄하게 되었다. 싯다르타의 모험 안에서 헤세는 진리는 가르칠 수 없다는 것, 즉 스스로 사유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있었다. 길지 않았지만 굉장히 깊은 책이었다.


  그리고 구약성경의 욥기를 읽었다.

- 신이 전지전능하고 지고지선하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은 무엇이고 왜 존재하는가?

- 자연재해, 장애, 질병 등과 같은 고통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왜 착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악한사람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는가?

와 같은 궁금증들을 나는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 보고자 욥기를 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결과적으로 답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저자의 결론은 고난과 선악 사이에 완전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 수많은 해석과 연구의 대상이 된 문헌의 심오함을 내가 오롯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좀 들었다.


 두 훌륭한 작품을 통해 불교철학과 그리스도교 철학을 문학으로 가볍게 맛볼 수 있었다. 종교와 철학에 대해 깊게 파헤쳐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 꾸준히 많은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3월도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1월] 공군 일병의 자기 계발 D-49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