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공군 상병의 자기 계발 일지 D-346
이제 딱 절반 했다. 내가 벌써 여기까지 왔다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금까지 한 걸 한번 더 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아찔하다.
이번 달에는 회계관리 자격증을 땄다. 사실 공부하기로 결심한 지는 꽤 됐는데, 이런저런 일정들로 미뤄왔었다. 애를 많이 먹었지만 6월 시험에 다행히 합격했다.
회계관리 1급 자격증은 삼일회계법인에서 주관하는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으로 재무회계와 세무회계에 대한 지식을 평가한다. 시험은 재무와 세무 두 과목에서 모두 70점을 넘겨야 합격이다.
나는 공식 문제집을 사서 한 달 정도 독학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용어가 너무 생소해서 머릿속에 개념을 집어넣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단기적으로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큰 팁은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다.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출제되기도 하고, 틀린 문제를 통해 내가 잘 모르고 있는 파트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군대에 와서 해보고 싶은 공부 중 하나가 회계였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살짝 맛보기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 길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후회 없는 시간이었다.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흥미 있는지 알아보고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내 군생활의 가장 큰 버킷리스트.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언젠가 꼭 읽어야지’ 리스트에 있던 책,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드디어 읽었다. 엄청난 책일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해서인지 다소 허무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용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았을 때 나는 얼핏 스쳐 지나간 이 책의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파멸(destroyed)이라는 물질적 가치와 패배(defeated)라는 정신적 가치를 구분하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모든 것을 잃었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는 노인의 모습에서 운명과 투쟁하는 인간의 모든 과정이 절대 무의미한 것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매일 의심이 들고 불안한 나에게도 큰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이 모든 순간마저도 어쩌면 모두 운명과의 가치 있는 대결 아닐까. 남은 군생활, 그리고 앞으로의 삶 속이서 내가 어떤 행동과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고민해 보게 된다. 노인과 바다는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이었다.
“누가 알겠어? 오늘 운이 다가올는지. 하루하루가 모두 새로운 날이 아닌가!”
다이어트는 계속된다.
체지방률이 드디어 17% 대에 진입했다. 휴가 나갔다 오면 다시 원상 복귀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기쁘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운동 목표 한 가지를 이뤘다. 바로 벤치프레스 80kg. 입대 전 나는 60kg도 들지 못했다. 매일 체련실을 가며 꾸준함의 무서움을 느낀다. 당장 하루하루의 변화를 체감하진 못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성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은 참 정직한 것 같다.
이제 턱걸이 10개와 체지방률 15%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야겠다.
남은 군생활, 노인과 바다의 노인처럼 패배하지 않는 정신으로 보내고 싶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운명에 맞서는 그런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거친 바다로 나가기 전, 군대에서의 남은 항해가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