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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gdaeone Jun 09. 2023

치카노와 촐로 스타일 (상)

(풋)아저씨의 패션 이야기 10

 얼마 전, 리바이스로부터 받아보는 뉴스레터가 도착했다. 리바이스 150주년을 기념해 501에 얽힌 여러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엮은 아티클이었는데, 정작 내 눈을 잡아 끈 것은 글의 내용이 아닌 한 치카노의 사진이었다.

뉴스레터에 등장한 커다란 덩치의 치카노. 생지데님에 앞주름을 넣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흔히 타투의 한 갈래로 알려져 있는 "치카노"는 사실 멕시코 혈통의 미국인을 가르키는 말이다.


"치카노 운동" 당시의 사진

 1930-40년 까지만 해도 치카노는 멕시코 이주민들을 얕잡아 부르던 말이었다. 이후 1960-70년대 멕시칸 인권 복원을 위한 운동을 계기로 젊은 지식인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지칭하는 용어로 "치카노"를 사용하였고, 치카노는 멕시칸-아메리칸임을 당당히 대변하는 용어로 재천명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촐로"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맥시코계 10대 갱스터와 멕시칸 노동자 등 라틴 아메리카인을 포괄적으로 칭하는 말이었던 "촐로"는 점차 맥시코계 미국인들의 하위문화라는 넓은 의미로도 사용되었다. 1960년대 멕시칸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어가 된 촐로는 LA를 비롯한 미국 남서부 지역의 여러 인종ㆍ문화와 융화되었고,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오늘은 치카노들이 영위하던 서브컬처인 촐로, 그 중에서도 촐로 패션과 스타일에 집중하여 글을 써보고자 한다.


 1900년대 전후로 이어진 인구 폭발과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은 멕시칸들은 과거 자신들의 영토였던 썬벨트로 이주해왔다. 학벌도 돈도 명분도 없던 이들이 이민을 실행할 수 있는 루트는 당연하게도 불법적이었다. 친족 중심으로 구성되는 멕시칸 사회의 특성상 불법적인 이민과 불안한 삶의 경험은 가족을 넘어 민족의 의식 속에 공유되었고, 이러한 기억의 뿌리는 치카노의 반사회적인 민족적 특성의 초석이 되었다. 미국에 정착한 이후 그들의 삶의 방식은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의 연장선에 있었고, 당연하게도 이들 치카노는 주류사회로부터 배척당했다.


 치카노의 패션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으로 의식을 공유하는 집단은 같은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문화는 그렇게 형성된다. 사회의 문제그룹으로 낙인 찍힌 그들이 즐겨 입던 아웃핏은 자연스럽게 반항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온 몸에 문신을 한 갱스터, 빳빳한 통바지에 흰색 런닝을 입고 작업하는 노동자, 이제 막 바버샵에 다녀온 듯 포마드로 정갈하게 머리를 빗어넘긴 마초. 이들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모든 이미지와 아이템들은 치카노와 촐로 문화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오죽하면 흰색 런닝에 wife beater’s shirts, 직역하자면 “아내를 때리는 남자들의 셔츠”라는 별칭이 붙었겠는가. 치카노를 대표하는 여러 아이템과 스타일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디키즈 팬츠와 화이트 슬리브리스 티셔츠일 것이다.


치카노 스타일의 대표적인 룩. 빳빳한 치노팬츠와 워커, 코르테즈, 컨버스가 눈에 띈다.

 치카노는 당대 대표적인 블루칼라였다. 생업을 위해 힘든 노동을 했고, 강한 강도의 노동에도 쉽게 해지지 않는 옷이 필요했다. 디키즈 팬츠와 벤 데이비스 치노, 군복과 리바이스는 이러한 생활방식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들은 값싸고 튼튼한 바지에 앞주름을 잡아 옷을 입었다.


 플란넬 셔츠 또한 치카노의 전유물이었다. 빳빳하고 색이 쨍할 수록 강한 남자를 상징한다고 믿었던 촐로들은 주로 팬들턴의 플란넬 셔츠를 즐겨 입었다.


팬들턴의 셔츠와 담요

 현재까지도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하는 팬들턴은  울로 만든 플란넬 셔츠와 담요로 유명한 브랜드다. 팬들턴의 제품은 내구성이 뛰어난데다가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팬들턴은 뉴멕시코를 비롯한 미 서남부 지역에 거주하던 나바호족의 전통적인 패턴에서 착안하여 브랜드를 전개한다. 이 때 나바호는 터키석이 잔뜩 박힌 아메리칸 주얼리를 칭하는 "나바호 악세사리"의 나바호가 맞다.


멋진 터키석 악세서리를 한 나바호족의 여인. 부츠에 박힌 터키석 장신구가 멋스럽다.

 나바호족은 현재에도 30만명의 인구가 뉴멕시코, 에리조나, 네바다 등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살고 있다. 이들 영토는 모두 미국-멕시코 전쟁 이전에 멕시코 영토였던 땅이다. 기본적으로 값싸고 튼튼한데다가, 자신들의 조상의 문화에서 파생된 패턴과 직조로 만들어진 펜들턴 셔츠는 저항정신을 가진 촐로족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Huipil을 입고 있는 프리다칼로와 주트수트를 입은 남성들

 이러한 치카노들의 의복 형태를 멕시칸 전통 튜닉 의상인 Huipil와, 30-40년대 미국 남서부 지방에서 파추코들과 흑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주트수트의 결합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주트 수트는 긴 기장의 자켓과 큰통이 특징인 정장 형태의 아웃핏으로, 크게 넣은 앞주름과 체인, 함께 착용하는 페도라가 특징이다. 미국-멕시코 전쟁 이후 미국 남부에 살게된 멕시칸들인 파추코는 이러한 주트수트를 즐겨 입었다. 치카노들은 자신들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파추코들이 그랬던 것 처럼 치노팬츠와 리바이스에 앞주름을 잡고 체인을 달아 멋을 냈다.


 huipil과 주트수트 두 아웃핏 모두 넉넉한 실루엣에 화려한 형태의 촐로 스타일과 비슷하니, 그러한 해석도 충분히 매력적인 가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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