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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리드스톤 Mar 09. 2023

절대 퇴사하면 안 되는 3가지 이유

이 3가지가 준비되기 전까지는 절대 퇴사하지 맙시다

2022년 겨울 금융권에 한파가 찾아왔다. 역대 겪어 보지 못했던 빠른 금리인상과 열어 붙은 투자심리는 곧 기업들의 구조조정 한파로 이어졌다. 2022년 12월 24일 한 통의 메시지가 아는 선배로부터 왔다. 이번에 회사에서 퇴직하게 되었다고, 그 선배는 나를 이 업계에 눈을 띄게 해 준 사람이었다. 2014년 당시 증권사에서 지점 영업을 하던 나에게 그 선배의 해외 인프라 투자 강의는 신세계를 열어 준 강의였다. 업계 전설 같은 분이었지만 결국 구조조정을 피하지는 못 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선배들, 심지어는 후배들도 업계에게 구조조정으로 사라졌다. 몇몇은 연락이 닿아 직접 만나서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다들 야근과 주말 근무까지 견디며 업계에서 치열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분들이다. 하지만, 은퇴 이후 삶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는 이제껏 선배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불안감과 혼란이 보였다.

나는 다행히도 직장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더 이상 직장이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당장 은퇴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름 20대 후반에 취직하여 13년간 나름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은퇴하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은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고, 브런치에서 다른 직장인들의 글도 읽어 보았다. 책에서, 유튜브에서,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에서는 직장에서 성공적으로 은퇴하여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난 몇 달간 직접 몸으로 부딪쳐본 결과 당장 퇴사를 하면 안 되는 3가지 이유를 발견했다.


첫째, 당장의 생계이다. 당장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결혼하고 자식까지 키우는 입장이라면 생계는 정말 중요한 "의무"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가계부를 적지 않는다. 대략 매월 나가는 카드값이 얼마인지, 관리비 등 공과금이 얼마인지 그리고 매달 붓고 있는 적금이나 매월 나가는 대출 월리금이 얼마인지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항상 월급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지만, 반대로 월급이 줄어든 경험을 한 사람은 거의 없다. 과연 나의 월 소득이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나는 견 수 있을까? 지금 사용하는 지출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을까? 퇴사를 생각한다면 우선 가계부를 써보자. 내가 월 300만 원으로도 생계가 가능한지, 아니면 극단적으로 월 100만 원으로도 생계가 가능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퇴사라는 것은 매달 한 번씩 들어오는 마약 같은 "월급"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만약 마약 같은 "월급"이 끊어졌을 때, 나는 금단 현상을 이겨 날 수 있을까?


둘째, 돈을 벌 수 있는 "무가"가 있어야 한다. 지금 당신의 월급에 만족하던, 만족하지 않던 당장의 퇴사를 하면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금은 직장인으로서 회사는 울타리가 "속박의 굴레"처럼 느껴지겠지만, 퇴사하는 순간 그 "울타리"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는 것이다. 퇴사를 하는 순간, "ㅇㅇㅇ회사 ㅇㅇㅇ과장"이라는 명함은 사라진다. 당신이 어떤 상품, 서비스를 팔던 "ㅇㅇㅇ회사 ㅇㅇㅇ과장"이라는 명함은 최소한의 브랜드이자, 마케팅이자 영업전략이다. 퇴사를 하면 맨 몸으로 시장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다. 울컥하는 마음으로 사직서를 던지기 전에, 내가 당장 회사를 그만 두면 돈을 벌 수 있는 "무가"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 "무가"가 없다면 일단 출근하자.


셋째, 계획이 있어야 한다. 당신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은 계획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인은 그 사장의 계획 안에 하나의 퍼즐이 되어 일을 해왔다. 퇴사를 하는 순간 이제 당신이 "사장"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당신 스스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시장에 진출할 건지,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어떤 차별화 전략을 사용할 것이지, 어떤 마케팅을 할 건지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 아마 대부분은 은퇴한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업종이 프랜차이즈 일 것이다. 만약 계획이 없다면 프랜차이즈 가게를 차려야 할 것이고, 이는 다시 다른 사람, 즉 프랜차이즈 사장의 계획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퇴사를 했지만 또 다른 직장에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계획이 없다면, 잠시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내가 퇴사를 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을 해보자. 생각을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당장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하자.


이 세 가지가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에게만 필요한 고민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직장인은 언젠가는 퇴사한다"라는 사실은 불변의 진실이다. 당신이 30대라서, 40대라서 아직은 은퇴할 날이 한참 남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모든 직장인들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영원히 다닐 수 있는 회사는 당신이 사장 - 엄밀히 말해 그 회사의 실제 소유주 - 일 때만 가능하다.


이 세 가지 준비 - 1) 본인의 지출을 파악하고, 2)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3) 은퇴 후 계획을 세우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대부분은 직장인들은 은퇴 후에, 연금을 받고, 어느 정도 모은 자산을 투자로 굴리면서 일 년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을 다니는 그런 삶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22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퇴자들의 49.7%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취업한 곳은 당연하게도 대부분은 최저임금 수준 일자리이다.


만약 "나는 은퇴하고 매월 200만 원 정도 연금이 나오니, 편의점 알바로 200만 원 정도 더 벌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퇴직 전에 호신용 무술을 배우고 단단한 몽둥이를 하나 준비해야 할 것이다. 2023년 3월 4일 SBS 뉴스에 따르면 대부분 편의점 점주들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을 새벽 시간 폭행당하는 것이 무서워 망치, 쇠파이프 같은 호신용 무기들은 항상 지니고 있다고 한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좋은 소식이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월급이 들어오고 있고, 퇴근하고, 또 주말에 남는 시간도 있다. 즉 직장인들에게는 "세 가지"는 아직 준비할 시간이 많다.


지금 당장 이 세 가지를 해보자. 가계부를 써서 내 지출을 파악하고, 내가 퇴사하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고, 그리고 퇴사 후에 어떻게 살아갈지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하지 위해 전혀 돈도 들지 않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것을 당장 실행해 보면 분명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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