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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Jun 13. 2024

아빠  잘 지내시죠?

매력 글쓰기 12일차 _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 

내가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기도 하고,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은  친정아버님이다.  


아버지는 1926년생이시고 2017년에 93세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아버지는 6.25가 터졌을 때 신학대학교 학생으로 학도병으로 군대에 가야 했고 결국 군인으로 일생을 보내셨다. 그는 제대 후 다시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 안수를 받았다. 비록 사목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우리 가족을 만나러 미국에 오셨을 때 한국인 교회의 바쁜 목사님을 대신하여 두 달 동안 대리 목사를 하시기도 하셨다.  60세 중반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후 당신은 혼자서 사셨다. 당신이 직접 요리를 하시고 김장까지 담그셨다. 연금이 나와서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으셔도 되었다. 당시 같은 세대의 남자들에 비해 상당히 깔끔하고 당당하게 사셨다. 당신은 의지가 강하셨다. 70대 초반에 당뇨가 생기셨는데,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는 식이요법을 하셔서 당뇨를 고치셨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하루에 한 번은 산책을 하셨다. 자식들 걱정할까 봐 스스로를 너무 잘 챙기셔서 오히려 자식들이 너무 방심한 것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내가 아버지에게 가장 감사하는 것은 나의 교육에 적극적이셨다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1970년대 후반에 충청도의 지방에서 다녔다. (나(이) 밍아웃). 그때만 해도 여자들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그렇게 당연한 때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10% 정도만 대학을 진학했을 정도이다. 지방의 보수적인 부모님들은 딸들이 집을 떠나 서울로 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당신은 세 딸을 모두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도록 격려하셨다. 물론 월급쟁이로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엄마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꼐서 나에게 주신 기회로 배운 지식을 뿌리 삼아 잘 지내왔다. 지금 세대에겐 아무 일도 아니지만 나는 나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주신 아버지께 늘 감사하다.  


지금 돌아볼 때 아버지의 가장 뛰어난 점은 당신의 상황을 잘 수용한다는 것이다. 당신 혼자서는 많이 우셨을지도, 무서움에 떨으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에 흔들리시지 않고 평점심을 유지하셨다. 당신의 일상을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영위해 나가셨다.  나도 어느덧 인생의 고개를 많이 넘다 보니 그게 쉽지 않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점심 식사를 하고 그 음식점의 뜰에 있는 등나무 밑에서 쉬면서 당신과 함께 셀카를 찍는데 등꽃의 향과, 햇살, 그리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그 모든 것이 우리를 감쌌다.  아빠를 바라보았다. 그의 웃는 모습과 내가 닮았다. 내가 이생에서 이 멋진 신사와 부녀의 연으로 만나는 행운이 주어져서 감사했다


2014년 아빠와 함께, 아빠와 같이 찍은 마지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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