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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량밍 Jun 21. 2023

하루 틈에 걸려 있는 새벽 별처럼

이 모든 건 언젠가는 다 지나가고 말겠지

태연_ 11:11



  아무 일 없던 듯 웃으며 다시 볼 날 같은 건 오지 않겠지만.



  과거를 떠올리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때 달리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그때로 돌아가면 내가 다른 행동을 했을까?

  왜 그렇게 됐을까.


  그때가 그립냐던가,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느냐 물으면... 솔직히 안 갈 것 같긴 하지만.

  돌아간다고 해서 내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도 없고, 내가 바꾼 과거의 대가로 지금과 다른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르는 두려움이 있으니까.


  그 아이와의 일로 내 인간관계가 더 좁아지고, 사람에 대한 불신과 '싫다'는 감정이 강해지긴 했지만 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라서 그냥 상상일 뿐이지만 Yes/No의 대답을 섣불리 내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불안과 걱정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라, 과거에 얽매여 자책하고 미래가 두려워 구역질을 한다.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지만 스스로가 그럴 때마다 별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웃는 얼굴이 가면이지는 않을까 매일 같이 입가를 매만진다.

 

  사랑을 배워간다는 건, 동시에 다른 감정들도 배워가는 과정 같다.

  그냥 사랑이라고 치부하는 것 속에 미움과 부러움, 불안 같은 것들도 뒤섞여 있구나. 매일 그러한 감정들을 하나둘 깨닫다 보면 결국엔 나를 사랑하는 내가 되어있을까.



모든 게 자릴 찾아서 돌아오고
내가 아무 일 없는 듯이 웃게 되면
너의 이름 한 번쯤 부르는 게
지금처럼 아프지 않을 거야



  그래. 지금 나는 꽤나 지쳐있는 것 같다.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지워버리고 깊은 어딘가에 빠져버리고 싶은 기분. 내가 잠시 사라진다고 해서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완전히 사라져 보고 싶다.

  그렇다고 잊혀지고 싶은 것은 아니다. 두렵다. 우습게도.


  사랑이고 일상이고... 그냥 다 어렵다.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성향이 의존적인 사람인건지, 의지할 사람이 못해도 한 명은 있으면 좋겠다.

  이기적인 말이지만, 내 투덜거림을 다 받아주면 좋겠다. 나한테만 그래주면 좋겠다.

  아주 최소한의 양심 정도는 남아있는지라,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거나 누군가에게 그런 욕심을 부려본 적은 없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아직은 철없고 어린아이로 남고 싶은가 보다.


  어쩌면 내 시간은 예전에 멈춰있을지도 모르겠다.

  성인이 됐다고 변한 것도 없고.

  내가 초등학생일 때 사촌 언니들이 지금 내 또래였던 거 같은데, 그땐 언니들이 참 어른스럽고 멋진 사람들이라고 느껴졌었다. 그냥 그 언니들이 멋진 사람이었나 보다.

  중학교 때 방과 후 멘토링으로 수학과 영어를 가르쳐주던 대학생 선생님들이 참 멋있고 대단해 보였는데. 그냥... 미안해요, 선생님들. 지갑을 지켜주지 못해서.........

  그땐 엄청 어른 같았는데 겪어보니 선생님들도 아직 아가들이었구나...


  자정이 넘어 퇴근길을 걸으며 고개를 들어보면 보이는 별들이 많지 않다. 별도 잘 보이지 않네,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힘겹게 찾아낸 별이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다.

  너희가 원하는 일을 하는 때가 오면 더 빛날 거라고 말해주시던 대학생 선생님이 문득 생각난다.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르바이트가 끝난 밤에 잠깐이지만 산책을 하며 보는 별들이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저 별은 언젠가 빛나지 않을 것이고, 나는 언젠가 빛나기 시작하겠지.

  선생님들이 말한 그 빛을 언젠가는 꼭 품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던 것도 같다.



  연인 간의 이별을 노래한 11:11이지만 이별은 다른 관계나, 하다못해 내 내면의 성장도 의미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어 가져와봤다. 이제는 슬슬 이상한 내 문장과 정리되지 않은 정신이 즐거워지려고 한다. 어지러울 뿐인 글이지만 나름 웃기지 않나?


  사람과 감정에 제자리라는 것은 없겠지만, 내가 지금 여러 의미에서 길 잃은 사람이라면 내가 나아가는 길의 끝은 '제자리'일지도.

  원래부터 부정적이기만 한 사람이지는 않았을 테니 원래의 나를 찾아가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이름에 포장된 여러 감정들이 나를 조금씩 밝혀주면 결국에는 아름다운 내가 되어있을까.

  과거가, 현재가 바뀌진 않겠지만. 내가 그때의 일을 모두 잊는 날이 온다면 나에게 그 아이를 다시 마주할 용기가 생기는 때도 오지 않을까.

  지금은 타인에 기대어 사랑을 배우고 웃고 있지만, 그 언젠가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며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무던하게 웃을 일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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