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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와뽀빠이 Jun 10. 2024

만능해외생활

만남과 이별

해외 생활을 하면서 연차가 쌓이면 그 나라의 기후도, 물가도, 생활환경도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새로운 만남과 정든 이들과의 헤어짐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결혼 후 나라를 두 번 옮겼고, 옮긴 두 나라 특성상 주재원이라고 하는 3-5년의 주기로 다녀가는 가정들이 주위에 대부분이다.(해외 각국에서 온 가정들이 대부분) 예전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먼저 다가가고 노력해서 연락도 하고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도움을 고자 오지랖도 피우고 그랬다. 하지만 정들어서 마음을 주고자 하면 어느새 이별. 한 번 두 번 그렇게 떠난 후 허전함을 느끼고 보니 이제는 나서서 새로운 만남을 적극적으로 만들지 않고(그렇다고 일부러 피하지는 않는다. 자연적으로 마음이 끌리면 물론 관계는 이어진다.), 그렇다고 헤어짐에 아쉬워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도 않는다. 지금은 헤어지지만, 지구상 어딘가에 내가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늘어난다는 조금은 긍정적인 생각 때문이랄까.


이번 여름 학기가 끝나면 유달리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떠난다. 본국으로, 제3 국으로... 아이들은 집에 오면 "ㅇㅇ가 어느 나라로 간대. 이제 다신 안 온대."라며 의미는 알고 나에게 전해 주는 것인지.. 둘째는 멋모르고 쿨하게(?), 이제 어느 정도 큰 첫째는 슬퍼하기도, 허전해하기도 ,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굳은살이 생긴 것이지 쿨한 척(?)을 하며 자기는 괜찮다고 되뇐다.


같은 기후, 시차, 나라에서 종종 보며 왕래하다가 다른 나라로 흩어지면 마음먹고 만나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라. 아이들이 커갈수록 나라별 연휴도, 방학도 다르고, 익숙한 언어도 달라지고, 원하는 니즈도 달라지고, 오랫동안 안 보면 어딘가 모르게 데면데면해지니 부모들이야 성인이라 어제 본 거처럼 반갑게 서로를 맞이하지만 아이들은 금세 또 까먹기도 하고 기억하기도 하고 그런 거 같다.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지금 우리 아이들 이 맘 때의 친구들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흐릿흐릿 '같은 아파트 살던 ㅇㅇ라는 아이가 있었지...'라는 게 뜬금없이 생각날 때가 있긴 하다. 그러면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그때랑은 시절이 달라 지금은 아이들이 헤어져도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고, 영상 통화도 할 수 있고.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이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환경에, 너무 일찍 헤어짐을 알게 해서 안타깝고 미안하고 그렇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쿨한 거 같고 떠나는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기대감에 설레어 떠나는 거 같고,  남겨지는 나에게만 괜찮다고 되뇌지만 한동안 말 못 하고  마음 한 구석에 또 허전함이 남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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