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봐야 아는구나
바닥에 쌓아둔 책들이 켜켜이, 켜켜이 늘어났다.
바닥에 늘어놓다가 종류별로 쌓다가 급기야는 되는대로 마구잡이로 쌓기에 이르렀다.
책 위로 먼지가 앉았다.
안개처럼 쌓인다. 먼지.
다리가 불편하니 쌓인 책들에 더 손이 안 갔다. 산만하고 너저분해보여 미관상으로도 좋은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책탑이 쌓인 집 사진들 보면 예쁘던데 직접 해보니까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다.
책탑은 말 그대로 처치 곤란이 됐다.
다음 이사 갈 걱정에 미루고 미루던 책장인데...
결국 이케아에서 칼락스 제품을 하나 들였다.
오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판자를 하나씩 들고 구멍에 맞춰 나사를 넣고 조였다.
(조립 작업 이후 무릎에 통증이 더 생겼다.)
책장이 꽤 깊어서 칸마다 책을 이중으로 꽂았다.
바닥에 있던 책들이 다 들어갔다.
남은 빈칸이 없으므로 조만간 책장이 하나 더 필요하겠다 싶지만 원룸에서 그 얼마나 사치인지.
당분간 종이책을 사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
내가 아무리 종이책을 좋아하고 종이책으로 읽을 때 집중이 더 잘 된다고 해도, 도서관이 가깝지 않거나 도서관에 없는 책이라면 전자책으로 넘어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좁고 불안정한 주거 환경이 해결되지 않으면 책장 구매도, 종이책 소장도 여의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