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 아워스>를 보다가
눈에 다래끼가 났다. 눈병은 난생처음이다. 안약을 넣어도 가려움이 가라앉질 않는다. 책은 도저히 못 읽겠기에 영화를 틀었다.
영화 <디 아워스(The Hours)>를 보면서 한쪽 눈만 온찜질을 했는데, 살풋 잠이 들고 말았다.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버지니아 울프가 어두운 잠의 입구에서 아른거려서 푹 자지도 못한 채 한 시간 만에 깼다. 지금 시간은 자정 즈음.
화면에 비치는 그녀의 젖은 눈동자, 간간이 짓는 옅은 미소, 『댈러웨이 부인』 을 집필할 때 보여주는 몰입의 중얼거림, 잉크가 묻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쥐고 있는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처음에는 니콜 키드먼인 줄도 몰랐다. 내가 아는 그 버지니아 울프 자체로 보인다.
찬란하게 흩날리는 섬세함.
어둠 속에 고이는 고독과 염증.
삶과 죽음에 기꺼이 뛰어들며
삶의 소중함을 역설한 예술가.
그런 예술가를 아름답게 연기한 예술가.
그 예술가를 보는 또 다른 예술가...
예술가의 예술가의 예술가....
인생을 자기만의 철학과 창조적 표현으로 구현하는
예술가들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