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내 요리 실력, 늘 수 있을까?
낯선 나라에 혼자 살게 되면서 하루 2끼를 스스로 해 먹는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있는 이곳, 페루 이키토스는 한국에서처럼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도 없고, 마땅히 외식할 식당도 없다. 아무래도 음식이 입맛에 안 맞기도 하겠지만 위생상태를 고려해 봐도 재료를 직접 사서 해 먹는 편이 낫다.
한국에 있을 때 나는 요리를 자주 하지도 않았으면서 안 해서 그렇지 막상 하면 ‘잘’ 할 거라는 착각을 하고 살았다. 그래서 요리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했을 때, 조금 들뜬 것도 사실이다. 드디어 내 요리실력을 뽐낼 시간이 왔구나! 내가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상상을 하면서 혼자 나름 메뉴도 생각해 보고, 메모해 뒀다.
3주 정도 지내다 보니 메뉴 몇 개를 번갈아가며 먹고 있는데 주로 오므라이스, 참치야채비빔밥, 샌드위치가 주메뉴다. 물론 나는 소식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빵, 과자, 과일 등 간식도 많이 먹는다. 위의 메뉴 3개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어느 정도 맛도 보장된다. 그래서 자주 해 먹는 거 같기도 하다. 어느 날은 양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한국에서도 가끔, 아주 가끔 해 먹었던 투움바 파스타를 만들어 먹은 적도 있다. 한국에서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고기’ 재료만 쓰면 맛에 문제가 발생한다. 오야꼬동 느낌으로 먹고 싶어서 닭가슴살에 간장 양념을 해 덮밥으로 만들어 먹은 적이 있었는데 진짜 맛없었다. 음식을 웬만하면 안 남기는데 남기고 싶을 정도였다. 오늘은 제육볶음이 너무 먹고 싶어서 고추장 양념으로 고기와 야채를 볶아봤는데 이상하게 떡볶이 맛이 나더라. 맛이 없었던 건 아닌데,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애매했다. 고기에서 특유의 잡내가 나는 것 같은데 내가 그걸 못 잡는 것 같다.
먹으면서 결심한 게 있다. 나는 오늘 큰 교훈을 얻었다. 그냥 먹던 대로 먹자! 늘 먹던 오므라이스, 참치야채비빔밥, 샌드위치가 최고다! 이 친구들은 나에게 실망을 준 적이 없다. 적어도 맛에서 배신감은 안 느껴진다. 제육볶음은 요리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는데 맛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아마 이제 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길듯하다. 오늘 돼지고기를 사면서 닭갈비도 해 볼 생각으로 닭가슴살도 샀는데 쟤도 참 큰 일이다. 냉동실에 얼어있는 저 닭가슴살을 어찌해야 한담.
나는 담백하고, 심심한 맛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고구마 삶아 먹고, 웨지감자 만들어먹고, 옥수수나 쪄 먹자.. 지금 내 요리 메뉴 리스트에 아직 적힌 게 많은데 얘네들도 시도해봐야 하나.. 생각을 해 볼 문제다. 일단 오늘 제육볶음은 지워버렸다. 이제 해 먹을 일은 없을 거다. 카레, 짜장 얘들은 언젠가 도전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