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진 사람은 여행 경비 독박자가 된다.
완연한 봄에 성큼 다가가고 있는 요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지는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여행이 떠오른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처럼 마음속에도 여행을 향한 바람이 잔뜩 분다. 떠나고 싶은 여행지를 고르려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이다. 원하는 여행을 모두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여행에 갈증이 찾아오는 순간, 나는 여행 프로그램을 찾아본다. 날것의 감성이 매력적인 유튜브도 좋지만 정제된 느낌의 여행 예능도 즐겨본다.
우리나라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도 상당히 많다. 특히 ‘해외여행’은 단골 주제이다. 이제는 직접 여행지로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먼 나라의 모습을 이곳저곳 구경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 입이 떡 벌어지는 랜드마크 건물, 군침 도는 음식들까지 여행 예능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눈요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점차 늘어나는 여행 예능은 제목만 다를 뿐 멋지고 화려한 여행의 모습을 담은 포맷이라는 건 거의 똑같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며칠 사이에 유행이 달라지는 만큼 급변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새로움을 원한다. 넘쳐 나는 콘텐츠 홍수 속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를 잘 실천하여 똑같은 여행을 새롭게 보여준 예능이 있다. 바로 <니돈내산 독박투어>이다. 독박투어는 6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였다. 이후 정규 편성이 되면서 현재는 시즌3를 방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는 데는 색다른 콘셉트가 한몫하였다.
독박투어는 이름처럼 출연진이 항공권 제외 모든 여행 경비를 독박 쓰는 콘셉트이다. 게임을 통해 가려진 독박자는 해당 여행 경비를 그 자리에서 직접 사비로 결제한다. 여러 차례 독박자로 선정된 출연진은 최다 독박자가 되어 정해진 벌칙도 수행한다.
출연진이 돈을 받고 떠났던 여행과는 달리 오히려 돈을 내야 한다는 콘셉트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물론 출연료를 받지만 걸리는 독박 횟수와 금액에 따라 이와 맞먹는 돈을 지출하기도 한다. 여행 전 출연진이 미리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중 ATM 기계로 환전하거나 많은 지출로 카드사에 전화가 오는 모습 등은 리얼함을 보여준다.
독박투어를 리얼하게 만드는 것은 더 있다. 독박투어는 실제 친한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보여준다. 출연진 김대희, 김준호, 장동민, 유세윤, 홍인규는 모두 코미디언이자 오랜 세월을 함께 하였다.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처음 만난 사람들의 여행에서 나올 수 없는 자연스러운 찐친 케미가 돋보인다. 친구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나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반전되는 재미 포인트가 있다. 모두가 아주 친할 것 같은 출연진들 사이에서 어색함이 감도는 두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 주인공들은 동갑내기 유세윤과 홍인규이다. 친한 듯 어색해 보이는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모든 출연진이 코미디언인 독박투어는 재미 하나는 보장한다. 코미디언에게 나오는 재치와 센스는 역시 남다르다. 이들은 짓궂은 장난을 기분 나쁘지 않게 개그 요소로 만든다. 직접 독박 게임을 제안하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들은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로 쿵짝 또한 잘 맞는다. 능숙한 개그와 거침없는 입담은 정해진 대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아니다. 이는 독박투어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색다른 콘셉트와 이를 잘 살려주는 코미디언 출연진들로 여행의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는 독박투어. 독박투어를 본다면 마치 진짜 친구와 여행을 하는 것 같은 현실적인 모습에 대리 만족을 느낄 것이다.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아트인사이트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