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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i May 12. 2024

프리다이빙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 

요가와 프리다이빙은 결이 비슷한 운동이다.

호흡에 집중하며 긴장완화와 릴렉싱을 요하는 운동으로 일주일에 세 번은 새벽에 요가 수련을 하고, 비규칙적으로 프리다이빙을 하며 물속 수련을 하고 있다. 이제는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하는 운동을 지양해서 호흡에 집중하며 정신수련에 가까운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물 밖 지상에서 하는 수련보단 물속 수련을 좋아한다. 원체 물을 좋아하는 아이였고,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물을 좋아하게 되는데 사주에 ‘불’이 많아 물 근처에 가면 좋다고 하던데 그래서일까? 난 물과 가까울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물멍도 좋아하고, 물과 관련된 스포츠, 산보다는 바다가 좋다.



프리다이빙은 매력적인 운동이다.

준비호흡으로 정신을 이완시키고 최종호흡으로 들이마신 마지막 숨으로 물속 깊이 들어간다. 이때, 힘이 너무 들어가서는 안되고, 호흡충동을 견디면서 물 안에서 나와의 싸움을 하게 된다. 자신의 한계를 너무 뛰어넘어 무모하게 버텨서도 안된다. 숨이 가득하다고만 해서 깊게 들어가는 걸 쉬이 물은 허락해주지 않는다. 귀속 압력평형(이퀄라이징) 없이는 숨만으로 깊게 들어갈 수 없다. 초반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이퀄라이징(이하 이퀄)이 되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었다. 3-4미터까진 이퀄이 안되어도 귓속 통증을 참으면서 내려가곤 했었는데 그렇게 무모하게 물속 깊이 내려갔다가는 귀가 다치므로 절대 권하지 않는다. 이렇게 프리다이빙은 몸과 마음을 자신이 통제하고 조절해야만 한 번의 숨으로 물 안에서 평화롭게 지내면서 올라올 수 있게 된다. 물 안은 너무 평온하다. 그 안에서는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누구도 말을 할 수 없다. 물이 들려주는 소리만 들리는데 물 안에 푹 잠긴 귀에서 들리는 소리는 한없이 평화스러움을 선사해 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더 많이 연습하고 연구하면 할수록 실력은 늘어난다. 눈에 띄게 향상되는 실력을 보면서 성취감과 유능감도 느낄 수 있다.

또한 물속 깊은 곳에서 하는 운동이라 버디(동반자) 없이는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물 안에서 오로지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지만 항상 버디가 지켜보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번갈아 지켜봐 주기 때문에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따로 또 같이’하는 외롭지 않은 프리다이빙이 요즘 내가 빠져있는 것이다.



난 내가 가진 꺼지지 않는 자그맣고 소중한 불씨의 힘을 안다. 어렵고 험난한 길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하고, 역경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회복탄력성이 제법 높은 아이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행복한 삶을 하루하루 누리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 하지 않는가. 철학자 중 염세적인 쇼펜하우어를 광적으로 좋아하지만 희망을 품으며 내 삶을 나름 내가 좋아하는 색깔로 덧칠하며 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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