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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i May 08. 2024

건강검진

공황장애로 독한 약을 털어 넣으면서

정신적 금치산자로 살다

점점 몸이 센 용량을 감당하기 버거웠는지..

간헐적 블랙아웃을 겪으면서 임의로 단약을 한지

2년이 지난 후, 숨통이 트인다고 생각하는 찰나..

다시 한번 나의 발목을 잡는

요추와 경추 디스크가 찾아왔다.


통제할 수 없는 MRI 통 속에 들어가는 것조차 겁이 나서

기계 앞에서 쉼 없이 울면서 간신히 검사를 마치고.

심각한 경추 디스크로 왼팔과 3,4번 손가락에

마비가 오는 급성기가 찾아왔고..

난 닥터쇼핑을 다니며, 수술을 권하는 의사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입안에 진통제를 털어 넣으며

거진 1년은 최소한의 활동과 침상안정을 하며 지냈다.


디스크계의 한줄기의 빛이 되는 정선근 교수의 진료를

1년 반을 기다리는 동안 온갖 서적을 섭렵했었다.


자고 눈을 뜨면 내 눈앞에 보이는 두꺼운 나무각목은

마비로 인해 감각이 없는 내 왼팔이었고

난 운전도, 그 쉬운 양말 신기도,

머리를 질끈 묶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신체적 금치산자가 되어 어느 정도 회복되기까지

2여 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HSP에 통각조차 남들보다 몇백 배로 느끼고

피-주사-상처공포증으로

웬만해선 병원은 쳐다도 안 보았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피해왔었다.

주기적으로 국가에서 하라는 자동차 검사는

꼬박꼬박 받으면서 실상 내 몸은 받지 않았다.


자신도 없고, 겁도 나고, 무서웠다.

그동안 나를 돌보지도 않았을뿐더러

올 F 과락성적표를 받을 것만 같은 느낌에.. 도망쳤다.


이번 건강검진은 나에게 있어 의미 있는 직면인 셈이다.

우측 담낭 쪽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해서..

대장내시경 하는 겸 하는 전체검사인 셈이다.

무사히 내일 하루가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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