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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음다움 Jun 03. 2024

혼자로 남기 가장 쉬운 방법

처음으로 다른 이들의 불가피한 관심을 원했다.


  방금 고립이라는 말을 썼다 지웠다. 너무 극단적이고, 벼랑 끝으로 내 글을 내모는 것 같아서 말이다. 1년 넘게 글을 쓰면서 깨달은 건, 좋은 글과 풍부한 향유는 절대 혼자서 이루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글의 소재와 문화의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머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듯이 영화의 대사, 책의 글귀 그리고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나눈 대화 조각들이 모두 합쳐져 소중한 그리고 오랫동안 남을 글이 되는 것이다. 


  북클럽을 연 이유도 동일하다. 난 절대로 이 세상 속에서 ‘이방인’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 이방인은 말 그대로 타지에 사는 사람, 나와는 관계 없는 생활의 반경에 머무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방인>에서 뫼르소는 무의식적인 살인을 통해 자신 스스로를 그 반경 안에 집어 넣는다. 뫼르소가 살인죄로 감옥에 들어갔으니 이방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절차가 아닌가 묻는 사람도 있을 터이지만, 그는 살인을 해서 이방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철저히”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른 말로 그리고 착한 말로 솔직함이라고 뫼르소의 행동을 정성껏 휘감는다. 피 튀기는 재판 신에서도 그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밤에도 덤덤한 뫼르소의 행동에 의문을 품던 검사와 배심원들, 자신을 변호해 주려는 지인들과의 숨막히는 변론 싸움에서 그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그 날도 뫼르소는 여전히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에도 관리인이 건네는 밀크커피를 마시던 그 때처럼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았다.


  그가 동요없이 재판에서 묵묵히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 그는 자신의 살인에 죄가 없다고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솔직함에 무게 중심을 더 두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솔직함에 질책하는 사람들과 그러한 솔직함을 무기삼아 뫼르소의 인성을 치켜세우는 지인들. 두 측의 싸움은 뫼르소 입장에서는 꽤 볼만 했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뫼르쇠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의 머릿 속엔 이미 결론과 정답이 분명하게 내려져 있었을 것이란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는 혼자였다. 솔직한 뫼르소, 거짓 없는 뫼르소.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보다는 “들었던” 뫼르소. 그러나 혼자 내린 결론과 정답 속에 처형되는 날,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는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처음으로 다른 이들의 불가피한 관심을 원했다. 구경꾼들이 자신을 증오의 감정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깨달은 채, 그렇게라도 그들의 기억에 남기를 원했다. 나는 마지막 이방인의 모습에서 사회에서 불편한 모습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 사람들의 기억에 남으려는 우리 사회 속 진짜 “이방인”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회사가 시청과 광화문의 중심지다 보니 시위와 행렬을 엄청나게 많이 본다. 소리는 너무 크고, 길을 방해한다. 그래서 그들의 의도보다, 내 불편함이 더 먼저 앞선다. 왜 이들은 자신만 생각할까 하고. 그러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는 그들이 자신만 생각할 수 밖에 없음을 알려준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문제가 최우선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불편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카뮈만의 결론. 그러나 결국 뫼르소도 아랍인을 살해한 죄인으로서 그 누구도 그 이기적인 태도에서부터 용서를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누가 옳다, 누가 맞다의 개념보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이방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대화해야 한다. 더 이상의 이방인과 이기심을 이 사회에 박을 수는 없다. 그레서 앞으로도 난 솔직함 보다, 어울림 속에 살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피카북 같은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희망도 품어본다.



@ 원문 링크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0299

@ 아트 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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