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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일 Sep 07. 2023

참으로 딱한 노릇

꼭 몸으로 겪고서야 알아서야...

이 또한 신기술이 재앙으로 바뀐 경우네요.


100개가 넘는 초등학교를 학기초에 급작스럽게 폐쇄해서 세상 시끄러운 영국의 경량기포콘크리트(랙, raac) 문제가 초등학교 문제로만 그치는 게 아닌 듯 합니다.


기사는 민간 건물을 포함해 훨씬 더 광범위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고, 이미 14개의 병원 건물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보도를 보면 경량콘크리트 패널을 제작하면서 철근 배근이 잘못된 경우가 있고, 경량콘크리트 패널을 현장에 설치하면서 지지하는 받침이 짧아서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나오는데, 정말 우리나라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요?


자칫 무량판(flat plate)에서 전단철근을 빼먹은 것 이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직은 언론에서도 먼산의 불처럼 보도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관계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한 마디도 없습니다. 국회에서도 지적이나 언급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경험으로 보면, 유럽,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발생했던 구조물 관련 사고는 거의 대부분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또는 유사하게 발생했었기에 이런 문제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문제인 것처럼 면밀히 살펴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원효대교 상부의 처짐문제가 그렇고, 성수대교 붕괴도 마찬가지 였고, PSC 교량의 부식문제 또한 그랬죠. 


원효대교 처럼 교량 중간(교각과 교각 사이의 중간)에 연결부위(hinge)가 있는 공법은 그 부분에 과도한 처짐이 발생합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이 공법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보고서와 논문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표되고 있었음에도 건설 당시 서울시와 동아건설은 세계 최신공법이라고 자랑하면서 이 공법을 적용했습니다. 


원효대교는 세계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이 공법이 적용된 다리가 되었고, 결국 준공 10여년 만에 다른 나라에서 겪었던 것과 똑같이 처짐이 과도하게 발생하면서 대대적인 보수를 하게 됩니다. (이 보수공사를 제가 담당했었는데 자료를 보면서 참으로 딱한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수대교와 거의 똑같이 생긴 교량이 미국에서 1983년도에 붕괴되었는데, 우리는 그에 대한 정보가 없이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다가 10여년 뒤에 결국 똑같이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PSC교량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 PT 강선 부식으로 무너지거나 대대적인 보수보강을 시행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가 2016년도에 정릉천고가교에서 PT강선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교량 분야에서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우리보다 먼저 인프라를 건설하고 관리하면서 발생하는 선진국들의 각종 문제가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우리에게도 유사하거나 같은 형태로 일어나곤 합니다. 일정 나이가 되면 사람마다 유사한 성인병이 발생하듯이 말입니다.


이들 나라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초기부터 챙기고 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서 미리미리 대비해야 같은 사고를 몸으로 겪지 않고 피하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국내외 언론을 통한 해외 동향조사나 논문 등 각종 문헌조사가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다음은 기사 중에서 발췌)


"... But the problem could be far wider than just schools, experts say, with other buildings at risk of "sudden and catastrophic collapse" if RAAC is not removed.

Chris Goodier, professor of construction engineering and materials at Loughborough University, said the "scale of the problem is much bigger than schools".

NHS providers have already identified 14 hospitals, which were constructed "either wholly or in major part with RAAC". Seven of these are considered "critical" and not fit for purpose beyond 2030..."


(관련 기사)

https://news.sky.com/story/raac-crisis-return-of-pandemic-style-home-learning-for-unsafe-concrete-schools-should-last-days-not-weeks-12953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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