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일 Nov 08. 2023

크게 판을 깨야 할 때

서울시의 '부실공사 제로' 발표를 보면서

관련기사: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11/07/VIMUQTNLNJARTCEGSJSET3GO7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계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누가 공사를 하느냐를 챙기는 게 먼저인지 누가 하든 품질·안전 기준에 따라 감독을 면밀히 하느냐가 먼저인지도 잘 모르겠네요.


글로벌스탠더드 수준의 감리를 엄격하고 엄밀하게 시행한다면 결코 역량이 부족한 업체나 기능이 떨어지는 근로자가 현장에서 대충대충 일할 수 없다는 게 제 경험이고 믿음입니다.


반면에 겉보기 외형이 큰 업체라고 하더라도 감독이 부실하면 공사를 엉터리로 하는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누가 하느냐를 규제하는 것보다는 누가 하든 공사 전의 작업계획서(시공계획서)와 시공상세도(shop drawing)를 엄격하게 심의하고 이와 공사시방서를 바탕으로 공사할 수 밖에 없도록 엄정하게 지켜서서 감독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또 법으로도 명문화되어 금지되어 있지만, 정부가 정치 일정 등에 맞춰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정부의 행위는 감리자의 품질 및 안전관리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공회사는 감리자가 엄정하게 관리하는 것을 "쟤네들이 공사를 방해해서 공기를 맞출 수 없다"고 하기 십상이기 때문이죠.


서울시가 건설공사의 품질을 높이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응원하는 마음입니다만, 병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 처방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기존의 판을 크게 깨는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고도 경제성장시기에 고착화된 기존의 건설생산시스템과 후진적 관행을 크게 깨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그 기본방향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자체적으로 판을 깨기가 어렵다면 과거 성수대교 붕괴사고 직후에 (일회성으로 그쳐 비록 선진감리기법의 국내 정착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최병렬 시장이 결단했던 것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외국 감리회사를 불러 들여서라도 처음부터 진솔하게 배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발이야 있겠지만... 외국과 열어놓고 경쟁한 다른 부분(전자, 반도체, 자동차, 방산, K-Pop, 영화, 스포츠 등등)은 모두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높은 관공서 문턱 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