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부산, 광주, 일산 등에서 커다란 땅꺼짐 뉴스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걸 보고 그새 땅꺼짐(도로함몰)에 관한 긴장이 풀어졌나 싶었는데 서울에서도 차가 도로 밑으로 처박히는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네요.
땅꺼짐이 2013년에 시작해서 2014년에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잠실 롯데 옆 석촌호수 물이 줄어든 게 잠실롯데 공사 때문이라며 시끌시끌하던 차에, 석촌 지하차도 하부에서 길이 80m가 넘는 대형 동공이 발견되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졌죠. 지하안전법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서울시에서 담당 본부장을 하면서 대책도 발표하고 지하동공탐사기술도 조사할 겸 일본에도 출장 갔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서울시 담당팀장과 서울시의 노력으로 지금은 동공탐사 기술이 완전히 우리 것이 되고, 전국적으로 확산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때만 해도 땅속을 들여다 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에 GPR로 땅속 2m 정도까지 촬영하는 기계는 외국에서 사오면 되었는데, 거기서 동공을 찾아내는 판독 기술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은 data가 축적되어서 AI로 판독하는 것으로 보이던데...
기사를 보면서 안타까운 게 몇 가지 있어서 적어 봅니다.
우리에게 동공 탐사 기술이 있다고 해도 모든 것을 동공탐사기술로만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공탐사는 one of them입니다.
국내외 통계로 볼 때 땅꺼짐의 50%는 하수관 노후 때문에 생깁니다. 그 외 대형 땅꺼짐은 건축공사장, 지하철공사장 등 공사장 주변이나 공사가 완료된 구간에서 발생합니다(석회암이 지하수 때문에 녹아서 발생하는 초대형 natural sinkhole은 제외). 다른 지하매설물의 결함이나 지하에 매설된 케이블 하부의 빈공간 때문에도 발생합니다.
공사장은 공사 중에 지하수를 막는 차수공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서 지하수와 함께 흙이 빠져 나가면서 동공이 점점 커지다 무너지기도 하고(사례: 2015. 2월 용산역앞 공사장 주변 행인 2명 싱크홀 추락), 개착식 터널의 경우에는 터널 구조물을 만들고 나서 토사로 굴착부분을 되메우기 하면서 다짐이 부족하거나 불량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침하되어 발생하기도 합니다. NATM같은 경우는 터널 상부가 완전히 꺼져 버리기도 합니다. 이경우는 초대형 함몰이 발생합니다(사례: 2016년 일본 후쿠오카 중심도로 폭삭).
따라서, 땅꺼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사장을 면밀히 살피는 것과 함께 노후 하수관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 보수하는 일도 같이 병행해야 합니다.
일본 통계지만, 하수관을 부설하고 20년이 지나면 주변에서 땅꺼짐이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그 커브의 기울기가 30년 정도가 되면 급격히 변합니다. 그리고 땅속이 매립지인 경우 땅꺼짐 빈도가 높습니다. 서울은 송파, 용산, 여의도 등이 예전에 하천이었던 부분을 매립한 지역인데, 진흙보다는 모래가 하수관 결함 부위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 같은 지역에서 땅꺼짐의 빈도가 높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이런 유의미한 통계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함몰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도로를 중심으로 동공탐사도 해야 하고, 그 빈도도 탄력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5년에 1회 하는 것보다는 말이죠.
지하지도는 이 우선순위와 빈도를 정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중앙정부(특히 공부가 모잘라 보여 정말로 딱함)가 마치 3D지도가 땅꺼짐의 해결책인 것처럼 얘기를 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지하 매설물의 매설연도, 노후도 등의 속성과 굴착공사장 등이 같이 표시된 지도에 땅꺼짐 발생 데이터를 같이 plotting하면 어느 도로에서 땅꺼짐이 많이 발생하는지 또는 발생할 위험이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일률적으로 모든 도로를 5년에 1회 조사하는 것보다는 이를 통해 조사 우선순위와 빈도를 결정하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입니다.
지도는 이 때문에 필요한 것이죠. 결코 지도가 해결책 그 자체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지도는 당시에 서울시에서도 5억 정도의 돈을 들여 이미 구축했었습니다. 우리보다 약 20년 앞선 1990년부터 땅꺼짐이 사회 이슈화되어 기술 개발도 일찍 시작한 일본도 그 정도 수준의 도로함몰지도를 아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봤었습니다.
노후 하수도가 많은 곳, 굴착공사장 주변을 큰 비가 내리면 우선 육안으로 순찰(또는 AI가 장착된 첨단 사진 기기 활용 포함)하여 급박한 위험 여부를 살피고, 의심이 되는 곳은 동공탐사기계를 활용해서 탐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비가 내렸다고 모든 도로를 하루이틀 사이에 다 조사하는 게 가능하지는 않을테니까요.
2015년 설연휴 때 용산역 앞 건축공사장에서 땅꺼짐이 생겨 행인 두 사람이 땅 속으로 꺼졌을 때, 현장을 나가보고는 아연실색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하에서 지하수와 함께 흙이 꾸준히 빠져나오고 있었음에도 그 건축현장에 토질관련 기술자가 시공사, 감리사 포함해서 단 한명도 없었던 겁니다. 굴착공사의 안전을 미리 살피는 굴토심의도 받지 않았고... (이것도 규제라고 없앴다고 하더군요. 건축부서에 바로 다시 살리도록 조치했죠). 위험요인을 미리 살피지도 공사 중에 누구 하나 관리하지도 않고...
지금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요? 이런 제도도 같이 보완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