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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대 Jul 23. 2023

고양이와 이별하는 법

하래연 작가님의 '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고양이'

 명작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면 또 한 마리를 기르게 된다.'고 하였고, '장미의 시인'인 마리아 라이너 릴케는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무한대가 된다.'고 하였다.

 '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고양이'의 저자인 하래연 씨는 아홉 마리 고양이와 함께 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헤밍웨이와 릴케가 모두 옳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무살, 인간에게는 시작. 고앵에게는 마지막. 


 인간에게 스무 살이라는 나이는 파릇하다. 열정과 패기로 새출발하는 시점이다. 그렇지만, 우리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고앵들에게는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꽤나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들은 조금씩 이별을 준비할 지도, 이별을 표현할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귀엽다.

 '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고양이'는 스무 살 무렵이 된 고양이, '모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모리'는 스무살 무렵 턱에 이상이 생겼고, 이것이 이별의 신호탄이었다. 작가는 담담한 문체로 이별을 표현하지만, 중간중간 표현된 슬픔의 넘실거림은 작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려준다. 다시 이별을 마주하고, 반추하며 글로 풀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별을 한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당연한 거지만, 굉장히 불합리하기도 한, 인간과 고양이와의 시차는 존재하기에 우리는 슬프다. 슬프지만, 그 슬픔이 가진 의미를 이 책이 조심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마지막을 전하는 고양이의 방법


 끝. 마지막. 종결. 모아놓고 보니 엄청나게 슬픈 단어들이다. 인간은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다. 끝에서 오는 것들, 끝에서 얻어지는 것들을 보지 못하고 순간만을 우선시하며 크게 아프곤 한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인간이 인간답고, 고양이가 고양이다운 그런 것이다.

고양이는 예쁘다.

 고양이는 흔히 끝을 전할 때가 되면, 평소보다 힘이 넘치고 애교를 많이 부린다고 한다. 동시에, 크게 울음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린다고도 한다. 가장 슬픈 것은 숨을 장소, 그러니까 끝을 맞이할 장소를 탐색한다는 것이다. 끝을 맞이할 장소로 외진 장소를 고르는데, 이것이 진짜 눈물나는 부분이다. 주인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보여주기 싫은 심리와 주인의 흔적이 많은 공간을 보기 힘든 심리가 공존하는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끝을 맞이할 줄 아는 영리한 동물이다. 없는 힘을 내어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고 크게 울기도 한다. 그 모습을 알아본 주인도 크게 운다. 다가올 미래가 덧없이 아플 것을 알기에, 주인도 크게 운다.


헤어짐이 슬픈 것만은 아니다


 반려동물, 나아가 모든 인연과의 헤어짐을 슬프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작가인 하래연 씨는 말한다. 책 속에서 작가는 23년이라는 날 동안 고양이와 함께 하고 헤어지면서 얻을 것들에 대해 천천히 풀어놓는다. '함께한다는 것'의 가치와 '헤어지는 것'의 가치, 그리고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서 경험을 생생하게 곁들여 설명한다. 책의 뒷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쓰여있다.

참, 따뜻한 책이다.

 따뜻하게 밥 먹일 존재가 있고, 마지막까지 계속 보살펴 줄 수 있다는 것, 살아서의 행복이다.


 나는 여기에 한 줄을 더한다.


 따뜻하게 밥 먹일 존재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 했다는 것, 헤어짐의 행복이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를 협찬해준 도서출판 이곳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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