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세찬 비가 내렸습니다. 유월을 앞두고 내린 비는 며칠 전만 해도 뜨거웠던 거리를 순식간에 식혔어요. 거센 바람까지 함께했던 일요일이라 서늘한 기운으로 시원하게 보낸 주말이었습니다.
월요일 이른 아침을 준비합니다. 여섯 시가 안된 시간인데도 거실에는 이미 밝은 아침이 자리하고 있어요. 여름이 코 앞이긴 한가 봅니다. 아침은 늘 같은 자리지만 지금은 더 부지런한 시기군요. 유리창 밖 아침 세상은 눈부십니다. 전 날 내린 비로 아쥬 깨끗하게 단장한 모습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하늘이 좋아졌어요. 30대는 지친 마음을 풀기 위해 올려다보던 하늘이었는데, 이제는 고개를 살짝 들어 눈에 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20대, 30대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분명히 최선을 다해 오늘을 밟아 가고 있는데, 온통 구불구불 언덕길이었지요. 건강한 몸인데 마음은 쉽게 다쳤고, 신나는 일이 많았지만 울분을 토할 때도 많았어요. 날렵하지만 날카로웠고, 이쁜 미소를 가지고 있지만 자주 웃지는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청춘은 꼭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더군요. 그래서 청춘을 그리면 늘 애틋한가 봅니다.
요즘 마음이 꽤 평온합니다. 유월을 앞둔 오월의 푸른 하늘. 딱 그만큼의 하루예요. 마음먹기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젊은 날의 많은 생각과 고민들이 만들어 준 선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지요.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달리고 또 달리면서 참 많은 언덕을 만나지요. 그런데 꾸불꾸불한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언젠가는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다만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해 사고가 나거나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그런 다음에능 신나게 내리막길을 즐기면 되는 겁니다. 틀림없어요. 업힐 구간 뒤에는 반드시 다운힐이 촤라락 하고 펼쳐져요.
"그리고 기억해. 신은 인간에게 최고의 선물을 시련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준대. 오늘 힘든 일이 있다면 그건 선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엄청난 선물의 포장지를 벗기는 중일 수도 있다는 거지."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 윤정은 지음 - 중에서
겨울을 좋아합니다. 눈싸움을 좋아하고, 눈사람이 녹을까 걱정되어 잠을 이루지 못했던 꼬마 때부터요. 슈퍼맨처럼 입에서 아이스브레스를 내뿜을 수 있어서 겨울이 되면 참 신났어요. 그에 반해 여름은 뛰어놀기에 너무 더웠습니다. 살도 빨갛게 익고 땀도 많이 났고요.
이제 유월입니다. 웅크린 여름이 기지개를 켜고 대지를 얼마나 뜨겁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에도 무더위와 태풍이 오고 가겠지요. 저의 날씨 또한 언제나 맑음일 수는 없을 테지요. 날씨처럼 제 마음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하루를 맞이합니다.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모두 근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려고요. 삶에 있어서 저의 의도대로 나타나는 현상이 얼마나 되겠어요. 대신 일어난 현상을 바라보는 기준은 제 마음으로 하려고 합니다. 그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마음가짐에 따라서 제 마음만은 언제든지 가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