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 May 30. 2024

이해와 오해 사이

 오월의 따뜻한 햇살로 오늘을 만드는 중에 문득 평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행복 중에서 가장 빈번한 것은 단연코 평범한 일상입니다. 늘 곁에 있고, 지루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절실하게 느끼지 못할 뿐이지요. 발목을 접질려서 며칠만 불편하게 걷게 되어도 그것을 깨닫는데 말이죠. 깜빡이는 신호등 초록불에 고통을 참고 절뚝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일상이라는 것이 조금은 잔잔하고 때로는 반복적인 루틴으로 인해 조금은 지겨울 때가 있습니다. 능동적인 재미보다는 조직과 사회가 가지고 있는 큰 힘에 끌려다니는 허탈함을 느끼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일상은 우리의 신변에 작고 큰일이 생겼을 때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루 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주변에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아요. 웃는 일만 많으면 좋겠지만,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일들이 빈번합니다. 억울한 일이 겹치기도 해요. 심한 경우에는 화가 치미는 사건들의 모음이 ‘하루’ 인가 싶을 때도 있어요.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과 여유 따위는 먼지와 같이 사라져버리지요

 

 답답해진 생각의 공간 안에서 생각은 꼬리를 감춰 버리고 증폭된 나쁜 감정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부정적인 생각, 비관적인 판단이 몸집을 키우면서 스스로를 옭아 매요.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이 나오기도 하고, 상대방과의 오해는 더욱 깊어집니다.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깊게 늪에 빠져있는 꼴입니다. 타인 또는 관계성이 만든 늪이겠지만, 깊게 들어가는 주체는 결국 자신이에요.


 이런 나의 생각과 행동은 우선 표정으로 나타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좋을 리 없어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고, 사무실의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나쁜 기운을 모조리 전해지기도 해요. 함께 기분이 나빠지기 위해서  마치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에, 목걸이 귀걸이 등등 번쩍거리는 액세서리를 겹겹이 휘감고 있었지만 얼굴은 조금도 빛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자신의 지치고 불만스러운 기분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할까 봐 최선을 다해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소원성취 고객센터> - 마론 지음- 중에서


 최선을 다해서 기분이 나쁠 필요가 없습니다. 고장 난 감정과 마음이 갑자기 좋아질 수 없어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경우가 나의 의도와 무관한 것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모두 관계성에 기인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오해와 이해가 당연한 것이라 여깁니다. 관계성 사이에는 이해가 있습니다. 그 틈에 생긴 작은 균열은 오해를 만들어요. 남에게는 ‘이해’를 원하면서 남을 ‘오해’ 하며 지냈던 것은 아닌가 스스로 물어 봅니다.


 오늘도 거울을 보면서 잘 보이지 않는 저의 마음을 찾아봅니다.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고 싶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