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정처定處가 없어서
자꾸 떠내려 가고 흐려진다.
시인이 되고 싶던 청년이 마침내 등단하던 날
그 세상을 다 얻은 듯하던 기쁨도
이내 다른 욕심에 지워지고
처음 아기와 만나던 날의 환희도
타인과의 비교 속에 속절없이 흩어진다.
마음이 또 그렇게 흘러 내리려 할 때,
감사하던 것에 감사하지 않게 되거나
충분하다 여겼던 것에
이유 없는 욕심이 스미려 할 때,
나는 이 시를 읽는다.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