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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아줌마 Jan 31. 2024

1-2. 명상의 효과는 왜 생길까?


명상을 처음 접한 것은 이십 년 전쯤이었다.


2000년대 초반, 서구의 유행이 수입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명상과 요가에 관한 책이 다수 출간되기 시작했다. 우연히 명상에 관한 책을 한 권 손에 들게 되었는데, 명상을 하면 자신의 전생뿐 아니라 미래를 볼 수 있고, 지복의 기쁨 또한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덕분에 전생에 관심이 생겼고, 지난 연재에서 밝힌 수순을 밟아 명상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명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서, 명상을 한다고 하면 특정 종교에 빠졌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곤 했다. 나는 그 오해가 싫어서 명상의 긍정적 효과를 항변하는 명상 전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더니, 어느 때부턴가 사회적‧종교적 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명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고등학생들도 명상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나는 또 반대편에 서 있다. 현재 나는 명상을 하지 않는 데다, 명상을 말리는 입장이 되었다. 사실 지금도 이 글을 보고, 명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생길까봐 염려가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다시 명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것이 우리 존재의 구조에 접근하는 유용한 방편이 될 것 같아서다. 그리고 기왕 사람들이 명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 위험과 부작용을 알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제품을 사면 제품설명서가 따라온다. 그리고 설명서에는 제품의 기능과 사용법 뿐 아니라 위험과 부작용도 적혀 있다. 하지만 명상을 권하는 책은 대개 긍정적인 면만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명상 중에 나타나는 변화와 변화의 원리를 조금 더 깊이 다루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알면 위험과 부작용을 피해 필요한 효과만을 얻는 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지금 나는 다시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명상은 몸과 마음에 다양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명상은 피로감을 줄여주고 생각도 명료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불안감 및 스트레스를 더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알코올 중독이나 고혈압도 명상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인용문은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병원 중 한 곳에서 전하는 건강 칼럼의 일부이다. 명상의 효과는 이제 과학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명상의 건강 증진 효과가 과학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75년 하버드 의대 심장 전문의였던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박사가 『이완 반응(Relaxation Response)』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부터였다.


벤슨 박사는 찾아온 환자에게 약물이나 수술 등의 의료적 처치 뿐 아니라 명상법을 함께 처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처방한 이완법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는 간략한 요령이다. 이 요령은 그가 요약한 네 가지 원칙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 보면 아래와 같다.


(1) 조용한 곳에서
(2) 의식적으로 온몸 근육의 긴장을 풀고
(3) 10분에서 20분 정도 간단한 기도문이나 "하나” 등의 단순한 음과 같은 정신적 도구, 즉 만트라에 주의를 집중하되
(4) 엄습해 오는 잡념에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누가 보아도 어려운 것이 없는 간단한 실천이다. 하지만 다년간의 연구와 임상을 통해 얻은 결과는 놀라웠다. 이 간단한 '이완법'이 뚜렷한 건강 증진 효과, 특히 심장 질환과 스트레스 관리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그 효과를 그의 또 다른 저서 『과학 명상법』에 실린 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두통을 경감시키고
• 협심증으로 인한 통증을 줄일 수 있으며 관상동맥 우회 수술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고
• 혈압을 낮추어 고혈압 치료에 도움을 주며
• 마음의 장벽을 극복하여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 불면증을 이길 수 있으며
• 과호흡 증후군 발작을 예방할 수 있고
• 요통을 덜어주며
• 항암 치료 효과를 증진시키고
• 공황 발작을 제어할 수 있게 도와주며
• 콜레스테롤 수준을 낮추고
•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조급증,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등으로 나타나는 불안과 긴장의 증상을 덜어주며
• 전체적으로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내적인 평화와 정서적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효과가 거의 만병통치약이라 할 만큼 다양하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그저 조용히 앉아 있거나 호흡에 집중할 뿐인데, 왜 몸과 마음에 그토록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까? 게다가 명상의 효과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 명상은 '건강 증진' 효과 외에 '초월적 의식'이나 '변성 의식' 같은 영적 현상이나 신비 체험도 일으킨다. 이번에는 다른 사례를 만나 보자.




과학을 사랑하는 소년이었던 피터 러셀은 수학과 물리를 전공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수소의 구조를 이해해도, 투명한 기체인 수소가 어떻게 스스로 인식하는 인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호기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과학이 답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파니샤드, 『티베트 대해탈의 서』 같은 아시아의 철학서와 신비주의 책들을 탐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책들이 언급한 미묘한 의식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인도로 떠난다.


평소 흠모하던 스승의 아슈람에 들어가 집중적인 초월명상 과정을 거친 그는 마침내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삼매三昧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이 물질적 존재가 아니라 그 본질에 있어서 '의식'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에게는 이 새로운 깨달음이야말로 널리 알릴 가치가 있는 진실로 여겨졌다. 영국으로 돌아온 후 그는 명상의 신체적‧심리적 효과를 밝히는 실험심리학자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현재까지 IBM 등의 기업체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거나 책을 쓰며 '명상을 전파하는 과학자'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된 적이 있는 피터 러셀의 이야기는 종교를 떠났던 서구인들이 다시 영성으로 회귀하는 최근 흐름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 흔히 '뉴에이지(New Age)'라 불리는 이 신문화운동은 기존의 사회·문화·종교에서 영적 공허를 느낀 사람들이 이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작되었다.


뉴에이지 운동은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종교망'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를 종교 운동이라 보기는 어렵다. 주도하는 단체도, 공통적인 교의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뉴에이지 운동은 '뇌와 물질'만으로 해소될 수 없었던 서구인들의 정신적‧영적 욕구가 자생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사회 현상이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들은 기존의 종교적 교의 대신 개인의 영적 변화를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리고 그 활동의 중심에도 명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명상을 생활화하는 것은 그를 통해 존재의 본질, 서구인들이 외부에서 찾아왔던 신의 본질을 내면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상하지 않은가? 대체 명상이 무엇이길래 과학계와 영성계가 모두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일으킬까. 우리 존재는 어떤 구조를 지니고 있기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이런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까. 그 원리를 해명하다 보면, 과학과 종교의 자연스러운 통합은 물론이고, 우리 존재의 구조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도 한발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자료 출처 : 1. 뉴에이지 운동이란 무엇인가, 데일리 굿뉴스 2007년 7월 28일자, 전명수(고려대 종교사회학 강사) / 『과학명상법』(장현갑 외 공역,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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