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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종결,

이제 시작!

by 유우미


지난주 금요일, 예정되어 있었던 병원 진료를 보고 나왔습니다. 보통 이전 한 달간 제게 있었던 일들을 상담의 주 내용 삼아 앞으로를 결정하게 되는 이 시간엔(약의 복용 부분 결정) 언제나 긴장감이 맴돌았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평범하게 흘러갔지만 며칠은 감정의 기복도 있었고 화를 분출한 적도 있었기에 "조금 더 먹어봅시다"라고 말씀하실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교수님께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치료 종결해 보죠."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생각지 못한 단어, 한편으론 듣고 싶었던 단어 과연 자신의 삶 속에서도 그러한 단어가 어울릴 수 있을까 싶었지만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됐습니다. 그리고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치료를 시작함과 동시에 참 많은 감정의 나날들을 지나왔었습니다. 겉으론 보이지 않아도 내면에선 상상 이상의 것들이 오고 가는 마치 그때 그 순간의 여러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습니다.


또다시 불안증세가 심하게 올라오면 언제든 다시 오셔도 된다는 교수님 말씀 이면에는 '용기 낸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응원의 눈빛이 함께 담겨있었습니다. 진료실을 나와 결제를 하면서도 "잘하실 거예요"라며 다른 선생님의 응원까지 듣고 나니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주말을 맞이했습니다.


복용하던 약을 멈추고 나서 조금씩 드러났던 증상이 있었습니다. 약간의 가라앉는 듯한 기분과 심장의 두근거림, 평소와 다른 말투, 괜스레 탓을 돌리게 되는 태도 등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것들이었지만 이전과는 다른 선택의 자신이 되고 싶었습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하나 그 감정에 메몰 되지 않으려 능동적인 일들을 택했습니다. 수면의 질을 높였고 카페인을 줄였으며 무엇보다 삶의 만족 기준을 낮춰 주어진 것들에 감사함을 유지했습니다. 단순히 만족해하는 마음에서 그치지 않고 입으로 내뱉는 표현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감정 표현은 주변이들에게까지 전해져 가정의 화목까지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서 언급했던 증상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갔습니다. 아니 희미해져 가는 기분였습니다. 정말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세상 조용하면서도 신중하게 나아가는 제가 보였습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두 달을 잘 나아갈 수 있을까 저로선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저 허락된 시간 속에서 스스로 해야 할 일들에 있어선 용기를 내기로 맘먹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자존감은 타인을 통해 세워져 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든 자존감의 높이가 바뀔 수 있기에 언제든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자신 또한 그중 한 명일뿐 크게 다르다는 생각을 이젠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내린 선택엔 책임지는 법을, 탓으로 돌리기 이전에 자신을 가장 먼저 돌아볼 것을 다짐했습니다.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자신의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되기에 가보고자 하는 그 목표를 향하여 마음 하나 끝까지 지키며 가볼 것입니다.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낮은 우울감에 빠졌던 제가 요즘은 터널을 나와 새로이 무언가에 도전하고 시도하려는 하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약물의 도움을 받아 잠시나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었고 도움을 끝으로 앞으로는 어떠한 사람이 되길 또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었였는지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혹여 줄다리기 같은 인생이 되더라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아'라고 토닥여줄 자신이 그려집니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사람이 되어 갈 것인지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치료 종결'을 끝으로 오늘이 벌써 5일째 되는 날입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건강관리 차 잠시 걸었습니다.(마인드 컨트롤의 키포인트 중 하나, 바로 건강관리!)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정리가 필요한 부분을 메 만지고 늦은 아침을 먹고는 오늘의 할 일을 시작합니다.


최근에 프리랜서답게 갑자기 자신을 찾아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새로이 맡게 된 프로젝트가 두 개나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자신였다면 엄두도 못 냈을 일였는데 건강을 되찾으며 자신의 역할 또한 다방면으로 쓰일 수 있음에 감사한 요즘입니다. 용기 없이 보냈던 지난날들을 지나 이제는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려는 자신이 보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건강을 좀 더 지혜롭게 조절해 가며 장기전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숨을 고를 수 있게 됐습니다.


교수님께선 제게 '치료 종결'이란 단어를 쓰셨지만 전 '이제 시작'이란 말로 오늘을 살아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사진 출처_ 꿀미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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