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같은 나이의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 서로 멀리 떨어져 간간히 통화만 하는 사이인데도 한 번 통화하기 시작하면 꽤나 오래 대화하는 우리입니다.
오래간만에 전화 너머 들려오는 친구의 속상했던 이야기 잠잠히 듣고 있자니 엄마라는 입장에서 많이 공감 돼 함께 속상함을 내비쳤습니다.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해선 왜 그렇게 말했을까 화도 좀 나면서 그 상황 그 얘길 들어 참 속상했을 친구를 떠올리니 며칠 전 제가 받은 상처가 다시 떠올랐죠.
그러면서 이 같은 상처 입은 마음 때문에 더 이상 감정소모하고 싶지 않았는지 그 친구에게도 같은 말을 전했습니다. 그 친구도 많이 지쳐있던 상황였는 지 "그래 맞아"라는 말을 여러 번 건넸어요.
그리고 저녁이 돼 남편이 귀가했는데 회사동료와 있었던 일을 말하며 남 모르게 입었던 상처에 대해서 말하더군요. 원래 다른 사람에 대해서 잘 얘기하는 편도 아닌데 꽤나 친하게 지냈던 직장 동기한테 받은 상처라 그런지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무엇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상처의 깊이까지는 관심 없어하는 그 동료한테 큰 실망감이 든다며(사과는 받았지만 남편이 바라던 깊이가 아니었나 봐요) 관계에 대한 회의감과 뜻밖의 얘기까지 꺼내고는(가족이 제일 소중한 것 같아) 더 이상은 감정소모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까지 말했습니다.
낮에 제 친구에게 꺼낸 이야기를 남편 역시 같은 날 꺼내 말하고 있는데 그 순간 마치 짜인 드라마 각본처럼 우리의 생각이 같은 날도 있긴 하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그 순간만큼은 진심 어린 위로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그 사람으로 인한 감정 낭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남편의 인간관계에 있어 그저 맞지 않았던 사람였을 뿐이니 거기까지만 해도 충분했다고요. 마지막으론 오늘 참 많이 애썼다고 말해주고는 안아줬습니다.
상처 입은 마음을 애써 괜찮아졌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그저 시간이 필요한 과정 중에 있었을 뿐인데
우연찮게 받은 친구의 전화, 남편의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쩌면 우린 참 사람에 대해서 너무나 쉽게 상처받을 수 있음을 그리고 기대하고 깊어진 관계나 상황만큼 실망과 회의감까지 빠질 수도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사람으로 인해 상대의 말과 행함으로 아파하지 않기를 다짐해 봅니다. 설령 상대는 그렇게까지 생각지 않았을 이기심 때문에 여전히 자기 자신은 맘 한 구석 쓰라릴 수 있지만 그저 그 사람의 의견일 뿐 내가 꼭 들어야 할 말까진 아녔음에 담아두지는 않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러니 여기까지. 이제는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자신의 에너지를 발휘할 곳에 힘쓰는 오늘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