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호랑이를 봤습니다. 좋은 영화였습니다. 아니,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잠수사들이 겪었을 고통과 상처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국가가 시민들을, 그것도 목숨을 걸고 구조 작업에 나선 이들을 저렇게 대해도 되는 건지 화가 났습니다. 세월호 진실 규명을 외치며 영향력을 키운 사람들이 있었죠. 박주민이나 손석희 같은 분들이 이 영화를 봤을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매일 사명감을 갖고 시신 수습 상황을 중계했던 JTBC의 행보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했을 때, "세월호 진상규명"을 말할 때, 그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정작 그 일로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과 그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새삼 깨달은 건 영화라는 매체에서 대본이 갖는 힘입니다. 바다 속 잠수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의 잠수함 시퀀스보다도 긴장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배우의 헤엄치는 듯한 움직임을 클로즈업으로 담은 것만으로도, 화려한 액션이나 CG 없이도 침몰한 배 안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는 상황이 생생하게 전해졌거든요.
"두 아이가 안고 있어요"라는 대사를 들었을 때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마지막 순간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 아이들이 서로를 껴안는 것 말고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돕니다.
피고인의 딸로 나온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공 배우는 물속 연기까지 소화해내야 했는데, 정말 대단했습니다. 나래 엄마 역할은 조금 아쉬웠지만요. 정윤철 감독이 촬영과 편집까지 직접 담당했다는 점에서 존경스럽습니다. 대부분의 장면을 연습실에서 간단한 세트로 찍어냈다는 것도 놀랍고요.
많은 걸 배웠습니다. 영화를 만들려면 어떻게든 만드는 거구나. 배우들과의 협업으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바다호랑이를 보고 나니 "돈이 없어서 영화 못 만든다, 위기다" 같은 말들이 핑계처럼 들렸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거죠.
아, 그리고 하나 더. 이제 정말로 영화에서 피고와 피고인은 구분해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형사사건은 피고인, 민사사건은 피고입니다.
꼭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