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

미지의 서울, 그리고 우리가 마침내 도달한 성숙의 지점

by mogifilm 박경목

미지의 서울, 그리고 우리가 마침내 도달한 성숙의 지점

'미지의 서울'이 품고 있는 가장 값진 성취는 아마도 이것일 게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천편일률적으로 반복해온 '피해자 서사'로부터의 과감한 탈피 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상처받은 자의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했다. 모든 불행의 원인을 타자에게서 찾고, 자신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존재라고 여기며, 실패의 책임을 끝없이 외부로 전가하는 것. 이것이 한국적 정서의 주류를 이뤄온 방식이었다면, '미지의 서울'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린다.

여기서 주인공들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응시한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아파서, 내가 준비되지 않아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기반성을 넘어선, 일종의 문화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작품은 일본 문화의 '민폐 금지' 정신을 은근히 참조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일본인들의 사회적 습성을 우리가 이제야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도 이십 년이나 늦게 말이다. 이런 비교 자체가 다소 도식적일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적 성찰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는 읽힐 만하다.

하지만 '미지의 서울'의 진짜 미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기반성이 자기파괴나 과도한 자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대신 작품은 사랑이라는 관계 속에서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일이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 때문에 상대가 무거운 짐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붙들고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정의가 아닐까.

결국 '미지의 서울'이 도달한 지점은 이런 것이다. 성공이나 출세를 통한 금의환향이 아니라,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견뎌내는 것. 그 과정에서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때로는 남들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인간적 성장의 일부로 포용하는 것.

이는 한국 서사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성공 신화'로부터의 해방이기도 하다. 메가스터디 원장이 되어 고향에 돌아가는 것보다, 평범하지만 진실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이 더 값진 성취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지의 서울'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화적 증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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